홈플러스 경영진 일동의 담화문에 대한 노동조합 입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조합원 여러분, 2만 동료여러분께 따뜻한 인사를 드립니다.
찜통같은 후방에서, 북적이는 매장에서, 점점 줄어드는 인력으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우리들 모두에게 무사히 이 여름을 넘기자는 인사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7월 11일 홈플러스 경영진 일동 명의의 담화문이 매장에 게시되었습니다.
노동조합의 합법적 단체행동 시작과 동시에 이처럼 빠르게 경영진 일동 명의의 담화문이 발표된 것에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4월부터 진행된 임금교섭 과정에서 이처럼 빠르게 회사의 임금인상계획을 설명하고 조합과 협의를 했다면 순조롭게 임금교섭이 마무리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모든 면에서 더 큰 힘을 갖고 있는 회사가 노동조합과 교섭과정에서는 교섭진전을 위한 단 한 개의 조항도 이야기하지 않았으면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을 합법적으로 사용하려는 이 시점에 징계와 법적대응을 이야기하며 협박하는 회사의 태도에 서글픔을 느낍니다.
사측 담화문에서 악의적으로 왜곡한 부분을 먼저 바로 잡겠습니다.
임금교섭 과정 후반부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노동조합은 사측의 입장을 제시해야 노동조합도 양보안을 검토하고 실질적인 교섭내용의 진전을 이룰 수 있으니, 사측 안을 제시해 주길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10여 차례의 교섭과정에서 단 한가지의 안에 대해서도 구체적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회사가 어렵다’,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만 녹음기처럼 반복하였습니다.
심지어 지난 단체협약에서 개선하기로 합의한 ‘부서별 시급차이 해소’ 방안에 대해서도 아무런 안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사측이 임금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4개항(학자금지원,식대개선,교통비개선,휴가비지원)은 지난 단체협약 체결과정에서 사측의 요청으로 이번 임금협상에서 다루기로 합의했던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그런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증거가 있느냐는 식으로 발뺌하였습니다.
이처럼 사측은 단 하나의 안도 제시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사측 안 제출 요청을 묵살하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하며 시간 끌기 식으로 교섭을 해태하여 결국 결렬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절차는 원래 7월 7일이 만료기한 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7월 2일 1차 조정회의 당시 아시아CEO행사 등 회사일정과 사측 안 마련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한연장을 요청하여, 조정위원들의 중재를 거쳐 9일까지 기한을 연장한 것입니다.
조정기한까지 연장하며 사측 안을 준비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으나, 결국 회사측은 7월 9일 마지막 조정회의에서 조차 아무런 안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기일까지 연기해주었는데 아무런 안을 제시하지 않는 회사측의 태도에 조정위원들이 당황할 정도였습니다. 조정회의 과정에 조정위원들이 노사 양측을 협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했던 발언들을 모두 옮기면 회사는 불성실하고 무능하며 무책임한 회사가 되고 맙니다. 뿐만아니라 노사관계에서 초보적인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심각한 상태의 회사라는 표현을 모두 글로 옮겨야 할 지경입니다.
사측 담화문 내용 중 전후맥락과 배경설명도 없이 악의적인 왜곡과 침소봉대 식 표현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다음으로 현재 우리 홈플러스가 겪고 있는 매출부진, 영업이익 감소등의 상황에 대해 노동조합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교섭과정에서도 노동조합도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피력한 바 있습니다.
굳이 현재 우리 홈플러스가 겪고 있는 매출부진, 영업이익 감소 등의 어려움의 이유를 언급하자면 열심히 일한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책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회사 운영에 중대 결정을 하는 경영진의 판단과 노력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우리 홈플러스가 겪고 있는 매출부진, 영업이익감소 등의 어려움은, 갑작스레 30억에서 616억으로 20배가까이 증가한 영국TESCO 로열티 금액과, 이미 예고된 영업규제나 대형마트 포화상태에 적절한 대응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경영의 이유이며, 잘못 계산된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의 좌절 등에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수억에서 수십억대 연봉을 받는 회사 경영진들의 무능과 실책으로 매출부진의 상황에 봉착한 것이 지금 홈플러스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실체입니다.
다음으로 생활임금 보장 요구에 대한 입장입니다.
이미 교섭과정에 밝힌 바 있지만, 15년만에 사실상 처음으로 진행되는 임금교섭이기 때문에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임금 처우를 어떤 기준에서 다루어야 하는지 방향 설정과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지난 시기 열악한 처우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노동조합은 회사측의 여러 상황을 감안하여,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논의를 해 나갈 의사가 있음을 여러 차례 피력한바 있습니다. 회사측 안을 제시하면 즉시 실리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할 의사가 있으며, 제발 회사측 안을 제시해 달라고 거듭거듭 요청 하였습니다.
노동조합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단체행동에 대해 미리 협박하고 징계, 법적대응 운운하는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합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대한민국 헌법 33조 3항에 따라 모든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인 단체행동권을 사용하는 것이며, 그 수단과 절차, 방법에서 철저하게 합법적인 단체행동입니다.
또한 노동조합의 쟁의지침은 조합원들의 의사를 모아 정상적이고 민주적인 논의과정을 거쳐서 마련되며, 법적자문을 거쳐 철저하게 합법적인 방식으로 진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이렇게 합법적으로 기본권을 행사하는 데 사측이 징계와 법적책임을 미리 운운하는 것은 협박과 공갈에 다름 아닙니다. 우리 홈플러스에서 이런 태도로 노동조합을 겁박하는 것에 매우 심각한 유감을 표합니다.
또한 교섭이 결렬되고 조정절차에서도 결렬되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선택은 합법적 단체행동을 통해 사회여론에 호소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조정절차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 어떤 안도 제시하지 않은 사측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면서,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발전할 것을 뻔히 알면서 ‘파업을 할 테면 하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것은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경영실패로 인한 매출부진의 책임을 노동조합의 단체행동 때문이라고 영국TESCO에 보고하시려고 하는 건 아닌지? 매출부진의 책임을 온통 노동조합에 떠넘기고자 고의적으로 교섭을 해태하고 끝까지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지경입니다.
홈플러스노동조합은 교섭시작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회사의 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언제 어떤 방식의 대화도 응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왔습니다.
사측은 의도적으로 더 복잡한 상황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면 한시라도 빨리 임금교섭 타결을 위한 대화에 성실히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체 조합원 분들과 2만 홈플러스 동료들께 호소 드립니다.
임금교섭은 우리 모두의 현실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과정입니다.
이번 임금교섭과 단체행동에 대한 흑색선전과 책임떠넘기기, 직원들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말아 주시고, 하루빨리 회사측이 임금교섭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호소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끄러워서 내 월급이 얼마인지 말하지 못했던 현실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2014년 7월 12일
홈플러스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