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홈플러스는 무능-무책임 경영진의 물갈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 도성환 대표이사의 담화문에 대한 비판-
도성환대표이사는 9월 7일 매각발표와 함께 직원들에게 <진짜 홈플러스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을 발송했다. 메일은 테스코 먹튀자본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과 홈플러스의 새주인이 될 MBK파트너스에 대한 용비어천가로 채워져 있다. 또한, 현 경영진이 직원들의 고용보장을 위해 노력했다는 식의 파렴치한 주장을 담고 있다. <진짜 홈플러스는 무능-무책임 경영진의 퇴진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밝힌다.
1. 비밀매각이 불가피했다는 변명에 대해
도성환 대표이사는 비밀매각에 대해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고 결정되지 않은 내용을 여러분께 말씀드릴 경우 … 혼란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와 걱정이 있었다는 점을 양해해주시고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변명했다. 물론 테스코가 워낙 높은 가격에 매각하려고 했기 때문에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매각추진 자체는 확정된 사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매각을 위해 테스코와 홈플러스 경영진이 비밀을 고수한 것이다.
혼란은 모든 언론이 매각추진을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이를 부인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도성환 대표이사 자신이 혼란을 조성하고 키운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사실을 밝히려는 노동조합에 대해 중간관리자를 앞세워 유언비어를 유포한다고 매도하며 직원들간의 분열을 조장한 것 또한 경영진이다.
임직원과 소비자의 혼란을 우려한 것이 아니라 비밀먹튀매각에 장애가 조성될까봐 홈플러스라는 기업의 신뢰가 손상되는 것을 무릅쓰고 비밀매각을 고수한 것이다.
2. 100% 고용승계,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에 대해
매각과정에서 테스코의 먹튀매각과 사모펀드로의 매각이 큰 이슈로 급부상한 조건에서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들이 할 짓이다.
당연히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할텐데 문제는 이게 언제까지 그렇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영업실적이 급속하게 안 좋아지거나 노동조합이 무력해지기라도 하면 1~2년 뒤에 하게 될 거고 그렇지 않으면 4~5년 뒤 재매각할 때 추진하게 될 것이다.
도성환식의 화법대로라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공개하면 직원들이 혼란스러워 할 것 같아서 비밀로 추진했다는 것을 양해해주십시오’라는 말을 1~2년 후에 또 듣게 될 것이다.
MBK가 ING생명을 인수할 당시 고용보장에 대해 약속했으나 6개월만에 전직원의 20%를 희망퇴직이라는 방법으로 구조조정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사모펀드도 바보가 아니라서 당장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하듯이 우리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 말을 100% 믿을 수 없다.
3. 현 상황은 조합원들의 투쟁의 성과를 포함하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다
말뿐일 수도 있지만 고용을 100% 승계하고 향후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MBK의 언명은 노동조합으로 단결한 우리 투쟁의 결과다.
노동조합은 6월 초 매각주관사 선정 이후 테스코와 홈플러스 경영진의 오리발에도 불구하고 예비입찰, 본입찰과정에 지속적인 개입과 사회적 쟁점화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의 MBK투자참여, 테스코의 1조원대 거액배당을 무산시켰으며 매각국면에서 노동조합의 입장과 투쟁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게 했다.
사모펀드로 매각될 경우 구조조정과 분할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력하게 제기하여 결국 MBK가 1조원대 투자계획과 고용승계를 발표하게 되었다. 말이 아닌 문서, 문서가 아닌 현실로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투쟁외에는 없다.
4. 테스코의 유통산업 기여에 대해
도성환 대표이사는 메일에서 “테스코가 한국유통시장을 선도하고 경쟁사를 자극하여 유통현대화에 기여한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도 테스코가 월마트, 까르푸와 달리 한국유통시장에 잘 적응했고 기여한 바도 있었다는 것과 홈플러스 매각이 테스코의 자금사정으로 불가피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부분은 테스코가 철수하는 과정에 지난 기간 홈플러스의 성장에 기여해온 임직원들의 양해를 구하고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테스코는 직원들에 대한 양해와 고용보장은 고사하고 자본철수를 계획하면서 지난 2년간 1200억의 로열티를 챙기고 탈세를 위해 마지막까지 1조원대 배당을 추진했다.
그 결과 테스코는 홈플러스 노동자의 피와 땀의 결실인 5조원대의 매각차익을 실현했다. 그러고도 매각에 대해 직원에게 사과와 위로의 말도 없는 테스코에게 도성환 대표이사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분노의 마음뿐이다.
5. 사모펀드 찬가에 대해
도성환대표이사는 홈플러스의 새주인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새로운 투자를 통한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고 우리의 성장이 정체되었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밝혔다. 사모펀드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단기 이윤추구와 재매각을 통해 수익을 낸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MBK는 홈플러스의 매출과 영업이익보다 부동산 자산가치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투자업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빠르면 1~2년내에 분할매각과 점포폐쇄시도가 있을 것이고 늦어도 5년 내에 재매각추진으로 인해 심각한 고용불안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거액의 위로금 지급과 1조원 투자설은 그동안 MBK파트너스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한 무마용일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실제로 어떻게 집행될지에 대해서는 주시해야 한다.
6. 진짜 홈플러스는 무능-무책임한 경영진 물갈이로부터
3개월동안 매각을 부정하고 노동조합을 매도해온 경영진이 매각이 이루어진 지금에도 변명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테스코와 MBK파트너스를 칭송하는 작태를 보이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그래도 양심이 있는 경영인이라면 매각에 대해 직원을 기만하고 더 좋은 조건으로 매각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매각협상이 마무리되었지만 테스코와 홈플러스 경영진,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청산해야 할 빚과 맺어야 할 협약은 남아있다.
가장 먼저, 직원들을 기만하고 적대시해온 기존 경영진과 새로운 미래를 함께 약속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자. 홈플러스의 새로운 미래, 진짜 홈플러스의 시작은 도성환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의 퇴진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9월 8일
홈플러스 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