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완 홈플러스 노동조합 위원장이
도성환 사장에게 드립니다
노동조합이 요청한 면담이 성사되어 사장님과 무릎을 맞대고 허심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이렇게 글로 저의 입장을 전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유통업계 전반의 침체와 연이은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장님에게 위로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장님이 홈플러스 경영책임자로 취임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노동조합도 출범한 지 2년이 조금 지났으니 사장님과 저는 처지는 다르지만 홈플러스의 미래를 꿈꾸면서 함께 출발한 셈입니다.
저는 기업의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근본적으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회사의 발전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있겠지요.
도성환 사장님!
홈플러스 매각이 언론에 보도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6월 한달동안 테스코는 매각주간사를 선정하고 투자제안서를 보내고 예비입찰을 진행했습니다. 언론에서는 홈플러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업체에 대한 정보와 홈플러스의 미래에 다한 추측기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님과 고위 관리자들은 아직도 홈플러스 매각은 사실이 아니고 알지 못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장님!
제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비밀매각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여전히 비밀매각을 고집하고 있는 테스코와 경영진의 태도입니다.
홈플러스 직원들이 홈플러스 매각문제에 대해 테스코와 홈플러스 경영진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매각소식을 접해야 하는 현실은 슬픈 일입니다.
테스코나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우리 직원 대부분은 홈플러스에 입사할 때 도전할 만한 기업, 미래가 있는 직장이라고 생각하면서 5년, 10년을 다녔습니다.
그런 직장이 매각되고 미래가 불투명한데도 경영진은 아무런 입장표명이 없는 것을 넘어 사실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도성환 사장님!
테스코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테스코에게 홈플러스는 해외사업부 중의 하나일 뿐이고 테스코 사정이 급할 때는 매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홈플러스 경영진은 테스코 경영진과는 달라야 하지 않습니까?
홈플러스 경영진은 영국사람이 아니고 한국사람이지 않습니까?
한국 홈플러스 직원의 고용과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홈플러스 경영진의 의무이고 책임입니다. 그런 의무를 다할 수 없다면 최고경영자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사장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인수전에 참가한 업체는 모두 사모펀드입니다.
사모펀드가 기업경영을 어떻게 하는지는 저보다 사장님이 더 잘 아실 것입니다.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단기적인 이윤을 추구할 것이고 ‘홈플러스’라는 기업의 미래와 노동자의 처지는 기약할 수 없겠지요.
사장님과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땀과 헌신으로 성장시켜온 기업이 이렇게 무너져도 되는가요?
도성환 사장님!
사장님이 테스코 경영진과 어떤 얘기를 나누고 어떤 약속을 했는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매각 이후에도 최고경영자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았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직원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기업경영자가 무슨 의미가 있고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 홈플러스 직원들의 믿음이 없으면 사장님의 미래도 불투명합니다.
지금이라도 직원의 고용안정과 홈플러스의 미래를 담보하는 책임있는 경영자로 나서 줄 것을 기대합니다.
제가 드린 얘기가 저의 개인적인 바람이 아니라 2만 5천 홈플러스 직원의 소망과 기대라고 생각해주십시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진정으로 직원들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2015년 7월 1일
홈플러스 노동조합 위원장 김기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