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홈플러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토종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선정돼 가격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2일 알려져 홈플러스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7조원 초반 가격을 써내 경쟁자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KKR 컨소시엄, 칼라일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날 MBK파트너스가 60억 달러(7조836억 원) 상당을 제시해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 그룹과 계약 체결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선 테스코와 MBK파트너스가 세부적인 이견 조율을 마치고 주식 양수도 계약을 하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러나 변수가 적지 않다. 홈플러스 매각 작업 진행 과정에서 테스코의 1조3천억원대 선(先) 배당설이 흘러나왔고 홈플러스 노조가 사모펀드로의 매각 반대를 외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와 시민단체들도 홈플러스에 대한 소송을 본격화하는 등 부정적인 요인이 많아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1조원대 ‘선(先) 배당’ 관심
지금으로선 최종적인 딜(거래)이 성사될 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주식 양수도 계약이 이르면 4일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7조원 초반으로 매도가격이 최종 확정된다면 MBK파트너스가 재원조달 차원에서 전략적 투자자 추가 모집 작업에 나설 수도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MBK파트너스에 투자 참여를 약속했으나, 국민연금의 투자액은 최대 1조원 정도일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인 자금확보가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테스코로의 1조3천억원대 선 배당작업이 강행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테스코는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가진 주주로서 1조3천억원의 배당을 먼저 받는 대신 그로 인해에 줄어든 가치만큼 인수 대금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럴 경우 매각 가격을 5조~6조원대로 낮출 수 있다.
더불어 테스코가 홈플러스에 빌려준 1조5천억원의 부채를 새로운 인수자가 당장 갚지 않고 인수 후 상환을 조건으로 떠안도록 해 매각 대금은 더 줄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런 시도는 테스코로선 먼저 매각대금을 확보할 수 있어 이득이고 매수자로서도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어 유리하다. 그러나 그만큼 세금 납부액은 줄어들 것이고 현금여력이 달리는 홈플러스로선 자금을 차입해 배당할 수밖에 없어 경영난이 불가피하다.
홈플러스 매각작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미 테스코의 선 배당설이 흘러나와 여론이 악화한 상태에서 테스코와 MBK파트너스가 선 배당을 강행한다면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딜 과정에서 테스코와 MBK파트너사 간에 홈플러스 기존 임직원에 대한 위로금 지급 여부도 부각될 수 있다. MBK는 수천억원대의 위로금을 줘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럴 경우 최종 거래 가격이 7조원 중반 이상으로 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홈플러스 구조조정후 재매각 가능성
MBK파트너스가 인수자로 확정된다면 홈플러스는 일정기간 후에 다시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당분간 구조조정과 경영 개선을 통해 홈플러스의 가치를 높인 뒤 재매각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의 140개 매장에 대한 경영 진단과 함께 가치평가 작업을 벌이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재매각 방법은 크게 3가지로 예상된다.
먼저 홈플러스 140개 매장 전체를 ‘턴키’로 한꺼번에 매각할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이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래의 인수자가 턴키로 사려면 아예 테스코로부터의 직접 매입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140개 점포를 모두 쪼개 파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노른자위 점포는 매각이 수월하겠지만 경쟁력이 낮은 점포는 매각이 불가능해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다.
세 번째로 홈플러스 매장을 대형마트, SSM(슈퍼마켓), 편의점으로 나눠 분할 매각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과 농협, 오리온 등이 대형마트에 관심을 갖고 있고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이 SSM과 편의점 진출을 노리고 있어 거론된 두 가지 방안보다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 홈플러스 노조 “사모펀드에 매각 반대”
테스코와 MBK파트너스가 최종 계약에 서명하면 홈플러스의 고용 불안 증대와 노조의 반발 본격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 노조는 투자 이익 환수가 최우선인 사모펀드로 매각되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 “테스코의 ‘먹튀’ 매각과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일관되게 반대해왔으며 MBK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실망과 우려를 밝힌다”는 입장을 냈다.
아울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지속 경영과 노동자의 고용 안정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고, 테스코의 먹튀 행각이 사회적 쟁점으로 제기되는 조건에서 과도한 인수가격으로 입찰했다는 점에 대해 더욱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노조는 그러면서도 MBK파트너스와 대화할 의향도 내비쳤다.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지난달 28일 공문을 보내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임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도모할 유일한 국내 인수 후보자이고 투자대상기업의 고용안정과 협력적인 노사관계 구축, 고객 및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상생협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사실을 공개했다.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인 MBK파트너스가 전향적인 태도로 대화에 나선다면 선입견을 갖지 않고 성실하게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의 시각도 곱지 않다. 홈플러스와 테스코가 2천406만여건의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한 행위에 대해 어떤 사죄와 보상·배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로 수집한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팔아넘긴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
홈플러스 고객 2천200여명은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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