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7.9] 홈플러스 내달 17일 매각입찰…테스코式 패스트트랙

홈플러스 내달 17일 매각입찰…테스코式 패스트트랙
8월내 영국 본사 구조조정 가시화 목적…7조↑ 자금증빙 빠르고 확실한 후보 유리

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을 위한 본 입찰 시한을 내달 17일로 확정했다. 인수 후보 입장에선 예상보다 시한이 촉박해졌고 경쟁의 승패는 주어진 시간 내에서 7조원대 자금증빙을 누가 가장 확실히 마련하느냐에 따라 갈리게 됐다.

8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테스코와 HSBC는 최근 본입찰 적격 후보로 선정된 5개 후보군에 내달 중순까지 구속력 있는 확약서 형태의 자금증빙이 포함된 인수 패키지 제안을 달라고 요청했다. 5개 후보는 칼라일과 MBK파트너스, 골드만삭스PIA,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KKR 등이다. 당초 KKR은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미국 본사와 테스코 사이의 타협으로 뒤늦게 입찰이 허용됐다.

테스코는 당초 7월에 매각 실무를 개시하고 12월까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내년 2월 이전에 잔금을 완납 받는 일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계획을 수정해 8월까지 본 입찰(Binding bid)을 끝내고 테스코 주주들에게 구조조정으로 인한 부채개선 효과를 미리 보고하려는 결정을 내렸다.

거래 관계자는 “지난해 회계부정 여파로 무너져가던 테스코에 구원투수로 부임한 데이브 루이스 CEO(최고경영자)가 주주들에게 취임 1년 내에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일정을 당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스코는 5개 사모펀드 운용사 원매자들의 조건이 비슷비슷하고 베팅 경쟁도 7조~8조원 사이에서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제안가격이 비슷하다는 전제 아래 거래 종결력(deal closing risk)이 확실한 후보를 선정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스코의 속내를 파악한 후보들은 자금 확보 전쟁에 즉각 돌입한 상황이다. 7조원이라는 예상가격을 기준으로 3조원을 특수목적회사의 주식인수금으로 확보하고, 나머지 4조원을 금융권 차입으로 해결하는 게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다.

3조원의 주식인수금 조달에선 KKR과 칼라일, 골드만삭스PIA 등 3개 미국계 대형 운용사가 앞서 있다. MBK와 어피니티 등 한국 중심의 리즈널 GP(PEF 운용사)에는 불리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KKR과 칼라일 등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수십조원대의 바이아웃(경영권 지분 매매) 딜을 수행해왔다. 때문에 북미와 유럽의 연기금 큰손 네트워크를 상대적으로 쉽게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KKR 등은 기존 3조원 이상의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예비하지 않은 미리 조성된 자금 풀)에서 1조원대 금액을 마련하고 여기에 2조원 가량의 자금을 대줄 복수의 연기금 공동투자자들을 섭외할 것으로 예상된다.

MBK와 어피니티는 한중일, 호주 중심의 동북아 지역 운용사다. 이들은 세계 연기금들의 공동 투자 풀을 활용하기에는 버거운 규모의 거래에 뛰어들었다는 지적을 얻는다. MBK는 3호 블라인드 펀드가 26억7000만 달러(약 3조원) 규모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 풀에서 홈플러스 거래에 쓸 수 있는 자금은 5000억~800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주식인수금 2조2000억~2조5000억원은 자신들의 블라인드 펀드 투자가인 연기금들에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싱가포르 테마섹과 같은 국부펀드가 기존에 MBK 등에 블라인드로 투자한 금액 이상의 자금을 공동으로 투자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어피니티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4호 펀드(UBS 독립후 기준 3호)가 28억 달러 규모이다. 하지만 이들의 투자가들 역시 기존 블라인드 투자 이상의 금액을 내어주기는 꺼려하는 분위기다. 이런 배경에서 MBK나 어피니티는 자신들의 가격제안이 라이벌들에 비해 월등하지 않는 한 우선협상자 자격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높은 베팅으로 그 관문을 넘는다고 해도 오히려 연기금 공동 투자자 유치가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4조원 규모의 인수금융 확보전에선 MBK 등이 KKR 등 해외 라이벌을 앞서는 분위기다. 홈플러스가 국내 기업이라 국내 은행권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싸움이 치열한데 이미 이 싸움은 리즈날 펀드에 친화적이다. MBK는 자신들과 지난해 일했던 하나대투증권(코웨이 차환)과 NH투자증권(한진해운 벌크)을 공동 주관사로 선임하고 다시 시장에 나섰다. 어피니티는 산업은행과 논의 중이고 KKR과 골드만삭스PIA는 KB국민은행을 노크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농협이 어떤 후보에게 구속력 있는 투자확약서를 써주냐에 따라 자금증빙력이 요동칠 수 있다.

거래 관계자는 “후보군 대부분이 테스코가 알린 입찰 시한에 대해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역시나 이 속도에 맞추지 못할 후보들과는 거래하지 않겠다는 의지여서 PEF들은 입찰에서 자웅을 가리고 나서 그 후에 자금 부담을 나눠질 컨소시엄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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