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1> 이번엔 진짜 팔리는 건가요? 늘 시끄럽다가 그냥 지나갔는데…
☞ 홈플러스 매각설이 나온 게 이번으로 5번째라고 하니 직원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이번에는 진짜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래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매각주간사 선정, 투자 안내문 발송 등 매각추진내용이 ‘설’ 수준을 넘어 구체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는 점. 둘째, 투자제안서를 받은 업체(오리온)가 “매각주간사(HSBC)가 보낸 투자안내서를 받았으며 인수가치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고 밝힌 점. 셋째, 이 정도 수준의 언론보도라면 본사나 홈플러스 차원에서 강력하게 부정하는 것이 정상인데 별다른 반응이 없는 점입니다.
문2> 인수유력업체가 사모펀드라고 하던데 사모펀드가 뭔가요?
☞ 사모펀드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소수의 (고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이나, 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 사모펀드의 일반적 형태인 ‘사모투자전문회사’(PEF)는 특정기업의 주식을 대량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펀드.> 라고 나옵니다. 더 쉽게 얘기하면 ‘돈 될 만한 기업을 사서 비싼 값에 되파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투자회사를 의미합니다. 인수 유력한 사모펀드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MBK, 어피니티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문3> 사모펀드가 인수하면 뭐가 문제인데요?
☞ 사모펀드는 통상 3~5년 정도의 기간 동안 경영을 통해 수익을 내고 기업가치를 높인 후 되팔아서 차익을 실현합니다.
사모펀드의 문제점은 첫째, 장기투자와 경영전략이 없고 현상유지 또는 단기적 수익과 매각차익을 추구하는 자본이라는 점. 둘째, 단기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유력한 방법은 비용절감이며, 경영혁신을 통한 것이 아니라면 인력구조조정이 가장 손쉽고 확실하다는 점. 셋째, 짧으면 1~2년, 길면 4~5년 내에 결국 또 다시 매각할 것이며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문4> 사모펀드로 인수될 경우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죠?
☞ 세가지 정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한국의 대형마트시장이 향후 5년 정도 큰 변동이 없다면) 사모펀드는 현재의 경영전략과 인력운용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연간 3천억정도의 수익을 내고 5년후에 재매각하는 것으로 이럴 경우 노동자들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둘째, (대형마트의 포화와 한국경제의 침체로 수익률이 점차 하락한다면) 사모펀드는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인력구조조정을 시도하고 2~3년내에 조기매각을 검토하게 되어 노동자는 노동강도 강화, 노동조건 악화, 고용불안을 겪게 될 것입니다.
셋째, (사모펀드의 내부사정변화가 있거나 대형마트의 수익률이 급속하게 하락한다면) 사모펀드는 투자수익을 회수하기 위해 일부 점포는 매각하고 일부 점포는 청산하는 등 극단적인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으며 노동자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사모펀드로 매각될 경우 첫째 경우가 되기를 바라지만 노동조합은 둘째와 셋째 경우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상합니다.
문5> 분할매각한다는 것은 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 홈플러스 매각 얘기가 나올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얘기가 분할매각입니다.
홈플러스 140개 매장중에 당연히 매출과 수익성이 높은 매장이 있고 그렇지 않은 매장이 있습니다. 홈플러스 인수에 관심이 있지만 독과점규제 때문이거나 자금력이 취약해서 수익성이 좋은 일부 점포만 매입하고 싶은 업체들이 있습니다.
분할매각은 수익성이 좋은 점포는 높은 가격에 매각하고, 수익성이 낮은 점포는 낮은 가격으로 매각하거나 대형마트점포로 매각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가치로 땡처리하는 등 여러 업체에 나누어서 매각한다는 것입니다. 분할매각은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가 이후에 추진할 수도 있고 덩치가 커서 마땅한 인수자가 없을 경우 이번 매각에서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문6> 매각할 경우 직원들의 고용은 지켜질 수 있을까요?
☞ 회사가 부도가 나는 조건에서 인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매입하는 업체의 직원을 자르겠다는 기업은 없습니다. 그럴 경우 당연히 직원들의 극심한 반발이 있을 거고 사회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으므로 그런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고용에 우려가 있을 경우 통상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인수하는 업체는 일정한 기간동안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하거나 합의서를 쓰게 됩니다. 그런데 그 합의서는 법적 효력을 가진 것이 아니며 나중에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법원은 사정변경에 의한 고유의 경영권한으로 인정합니다.
당장에는 고용이 문제되지 않지만 나중에는 알 수 없는 겁니다.
문7> 홈플러스 테스코는 두 번이나 매각됐는데 고용에 문제도 없고 위로금도 받았다던데요?
☞ 홈플러스테스코가 두 번 매각된 건 맞는 얘기입니다. 한번은 까르푸에서 홈에버로 매각됐고 또 한번은 홈플러스로 매각됐으며 위로금을 받은 것도 맞습니다.
위로금은 부도가 난 사업장이 아니면 그동안 회사의 성장에 기여해온 점과 매각과정에서 고용불안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매각업체가 직원들에게 통상적으로 지급합니다.
홈플러스테스코의 과거 매각과 지금 홈플러스의 매각은 두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는 홈플러스테스코를 인수한 기업이 사모펀드가 아니라 유통업체라는 점입니다. 프랑스 유통업체인 까르푸가 한국시장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매각한 홈에버는 아울렛을 중심으로 하던 이랜드그룹이 대형유통업으로 업종을 확대한 것이며 두 번째로 인수한 홈플러스 또한 테스코소속의 유통업체입니다.
다른 하나는 홈플러스테스코의 매각은 대형유통업체가 성장세에 있던 시점이고 현재는 대형유통업체가 정체상태에 있다는 점입니다.
장기적으로 유통업체를 경영할 의지가 없는 사모펀드가 유통업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하는 홈플러스에 대한 경영정책은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8> 짤리는 건 높은 사람 얘기지,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는 별 관계없는 거 아닌가요?
☞ 고위직이 먼저 짤리는 것은 맞는 얘기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압니다.
누가 인수하든 임원을 포함하여 고위 관리자의 경우 물갈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조원을 들여서 기업을 인수했는데 인수자와 이해관계가 있고 인수자의 의도를 관철할 수 있는 사람들로 고위 관리자를 세우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음으로 짤릴 사람은 중간 관리자입니다.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현장인력을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나마 여지가 있는 중간관리자에 대해서 구조조정을 하게 됩니다.
현장인력의 경우 인력축소가 쉽지 않겠지만 경영상황과 재매각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입니다. 새로운 경영진의 기준에 비춰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면 인력감축, 외주화, 일부 점포 폐쇄등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9> 노조 가입한다고 잘릴 사람이 과연 안 잘릴까요?
☞ 회사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 되면 조합원, 비조합원을 가리지 않고 구조조정을 할 겁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 수익성을 높이고 현장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분적인 구조조정을 한다면 선택적으로 하게 되겠지요.
두가지 상황이 가능할텐데 하나는 평소에 회사방침에 고분고분하지 않아서 눈에 가시같은 조합원을 우선 해고하는 방식입니다. 이럴 경우 노동조합으로서는 존립이 걸린 사안이며 노동조합의 운명을 걸고 투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시끄러울 뿐만 아니라 법원에 갈 경우 ‘해고대상자의 선정기준을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노동법을 어긴 것으로 부당해고 판정을 받게 될 겁니다.
다른 하나의 상황은 해고나 권고사직을 시켰을 때 회사나 관리자에 대해 ‘의리없는 놈들’이라고 욕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비조합원을 우선 해고하는 겁니다.
첫째 상황은 노동조합이 거의 있으나 마나 하는 조직일 때 가능할텐데 현재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굉장히 강한 노조는 아니더라도 조합원을 우선적으로 해고해도 될 정도의 만만한 조합인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문10> 실제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에서 문제가 된 사례가 있었나요?
☞ 먹튀투기자본의 대표적인 사례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던 상하이 자동차와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를 들 수 있습니다.
상하이 자동차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후 SUV차량 설계와 엔진기술을 빼내간 후 쌍용자동차를 고의로 부도내고 철수했습니다. 이로 인해 종업원의 반에 가까운 2500명이 희망퇴직, 정리해고당했습니다. 쌍용자동차는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26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아직까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론스타는 각종 불법과 편법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4조 5천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철수한 대표적인 투기자본입니다.
홈플러스 인수유력업체로 거론되는 MBK는 씨엔엠 인수 후 작년에 비정규직에 대한 대량해고로 사회문제가 됐으며 투자금 회수를 앞둔 최근에는 영업이익 960억원중 810억원을 주주배당으로 챙기고 노동자들에게는 임금동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11> 많은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하면 정말 매각과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어요?
☞ 매각 자체를 막을 수는 없고 노동조합도 매각을 반대하는 건 아니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직원들의 고용과 회사의 지속성장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매각하라는 겁니다.
향후의 구조조정여부는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기준으로 매각이 이루어지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종업원들의 의사와 요구가 반영되지 않고 테스코와 인수업체의 의지대로 매각이 이루어지게 되면 향후 기업경영에서도 노동자들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을 것이고 구조조정의 가능성 또한 높아지게 됩니다.
노동조합에 대해 극도의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삼성그룹이 한화와 빅딜을 하자 삼성테크윈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위로금 몇 푼 던져주고 매각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삼성과 한화가 노동조합과 고용, 근로조건, 회사의 미래전망에 대해 협의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노동조합의 힘이 강해지면 회사가 임금이든 인력운용이든 경영방침을 일방적으로 관철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나라 헌법이 노동3권을 보장한 이유는 노동조합이 그러한 역할을 하라는 겁니다.
문12> 그럼, 대체 언제 매각되는데요?
☞ 비밀매각을 추진하기 때문에 알 수 없어서 노동조합에서 투명하게 매각을 진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통상 기업의 매각절차는 매각주간사를 선정하고 매각주간사가 인수가능업체에 인수제안서를 보내고 난 후 예비입찰을 진행하고 소수의 예비입찰통과 업체들로 실사를 진행하고 본입찰을 진행하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여 매각양해각서를 맺고 최종 계약과 대금 납입을 거쳐 매각이 완료됩니다. 사정이 급하거나 인수가격에 이견이 없는 경우 절차를 생략해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는 매각주간사가 인수제안서를 보냈으며 가까운 시일 안에 예비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빠르면 예비입찰에서 한 업체만을 선정하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투명하게 매각을 진행하라는 것은 테스코의 경우 매각가격만을 주요하게 고려할 것이기 때문에 공개적인 절차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고용보장, 회사발전 전망등에 대해서도 주요한 선정기준으로 삼자는 것입니다.
문13>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죠?
☞ 당연히 노조에 가입해서 힘을 모아야 됩니다.
삼성은 매각된다니까 없던 노조도 만드는데, 우리는 있는 노조에 힘을 모아야지요.
우리 노조는 만들어진지 2년밖에 안되지만 그동안 노조가 있어서 연장과 특근수당을 받게 되고 눈치보지 않고 병가를 쓸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합원이 1천명, 2천명일 때 이렇게 십여년동안 지속돼온 관행을 바꿨는데 조합원이 5천명, 1만명이 되면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정규직, 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에 노동조합에 문의와 가입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가입으로 매각과정에 직원들의 요구와 목소리가 반영되고 이후 예상되는 구조조정에 힘있게 대응하여 홈플러스를 일할 만한 직장으로 만들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