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유통업체 테스코의 한국법인이자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홈플러스는 “본사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며 함구하고 있지만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테스코가 한국법인 매각을 위해 매각주간사를 선정했고, 인수의향을 밝힌 업체명까지 공개된 마당이다.
홈플러스 매각 과정은 과거 까르푸를 떠올리게 한다. 국내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 1996년 한국에 진출한 프랑스계 까르푸는 토종기업인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밀려 2006년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현지화 전략에 실패한 것이다.
당시 이마트와 롯데마트·홈플러스·이랜드 같은 국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까르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다른 산업에 비해 마진율이 높지 않은 데다, 고객 유치를 위해 박리다매 전략을 채택했던 유통업계 특성상 매장 확대는 곧 매출 확대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 각 업체들은 여성 비정규직을 대거 고용하거나 협력업체 직원을 불법파견 형태로 사용하고, 저임금·장시간 노동 구조를 고착화함으로써 이윤을 축적해 왔다. 착취를 통한 성장전략이다.
그로부터 9년이 흘렀다. 홈플러스 매각 과정은 까르푸 때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 준다. 국내외 유통업체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 대신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유력한 인수주체로 거론되고 있다. 벌써부터 제2의 론스타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마음먹은 테스코는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회수한 뒤 홈플러스 자산가치를 낮춰 팔아 치우기 쉬운 상태로 만들 것이다.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홈플러스는 세일즈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부동산 자산에 대한 정리작업을 진행 중이다. 2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난해에는 부실자산 가치를 재무제표에 모두 반영하는 방식으로 장부상 적자를 냈다. 쌍용자동차 매각 과정에서 논란이 된 ‘유형자산 손상차손’과 같은 맥락이다.
그뿐인가. 이번 매각 과정에서도 노동자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누가 인수전에 참여했는지, 매각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회사로부터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2만5천여명의 직원과 2천여곳에 달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의 정글에 맨몸으로 내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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