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리에 진행되는 英 테스코, 홈플러스 매각
KKR 사모펀드 유력..노조 “총력 다해 막을 것”
“수만 명 직원 생계 위태..투명하게 진행하라”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수만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홈플러스가 투기 자본에게 넘어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영국 테스코는 홈플러스 매각이 기정사실화 된 만큼 투명하고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고, 단지 돈을 많이 주는 업체가 아니라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곳에 넘길 것을 촉구한다”
17일 김기완 홈플러스 노동조합 위원장은 서울 영등포 홈플러스 노동조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 테스코가 책임감 있게 홈플러스를 매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영국 테스코는 홈플러스 매각을 위해 HSBC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 KKR, MBK, CVC캐피탈 파트너스 등 외국계 사모펀드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홈플러스 경영진은 이를 부인하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김기완 노조 위원장은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는 두 가지 정황이 포착됐다. 이미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매장 재고 조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됐고, 회사 비용 지출 시스템이 바뀌었다”라며 “그러나 경영진은 이해관계 당사자인 수만명의 임직원들에게 단 한마디의 설명도 하지 않고,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최근 홈플러스는 매년 6월 진행하던 재고조사를 ‘메르스’를 이유로 중단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재고 조사를 진행하게 되면 재고가 전산상 마이너스 처리 되는데 이렇게 되면 매각 예비실사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중단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달부터 기존 교제비 및 회의비 사용을 통제하기 시작했는데 매각 예비실사 단계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사모펀드 같은 투기 자본의 매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사모펀드는 기업의 유지와 지속 성장보다 투자자의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며 “사모펀드에 인수되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을 비롯해 분할 매각, 시세 차익을 추구하는 재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100만원 안팎의 최저임금을 받으며 힘든 삶을 지속해가는 노동자들은 또 다시 고용불안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홈플러스 경영진의 도덕성은 경품 사기, 고객정보 판매 등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며 “불법 경영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우롱해온 홈플러스 경영진이 이제 회사를 위해 헌신한 노동자들마저 우롱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2만5000여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함께 본사의 비밀 매각, 사모펀드 매각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18일 세종시에서 예정된 민주노총 중집회의에 이를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고, 국제 서비스노동연맹인 ‘유니’를 통해 영국 테스코 본사에 항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스코는 1999년 삼성물산과 합작으로 홈플러스를 설립했고, 이후 합작 계약 만료로 현재 홈플러스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약 8조9300억원의 매출과 3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내수 침체 등으로 성장이 거의 정체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매각 대금이 최대 7조원에 이를 정도로 홈플러스의 덩치가 큰 만큼 홈플러스(대형마트)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슈퍼마켓)을 따로 팔거나 아예 점포별로 쪼개서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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