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저널 5.14] <기고> 노동조합 생기고 이젠 할 말 하고 살아요_김영옥 울산 동구지부장

노동조합 생기고 이젠 할 말 하고 살아요

김영옥 홈플러스 노동조합 울산본부 동구지부장

안녕하세요. 홈플러스 노동조합 울산본부 동구지부장 김영옥입니다. 홈플러스 동구점은 2008년도에 오픈했습니다. 동네 작은 가게에서 일하던 저는 큰 회사가 낫다는 지인 말을 듣고 홈플러스에 입사원서를 냈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라는 곳이 동구엔 처음 생겼고 어떻게 일하는지도 몰라서 회사나 관리자가 시키는 대로 일했고 그 말이 곧 법인 것처럼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점심시간 1시간 말고는 휴식이라곤 꿈도 못 꾸고 하루 네 번 오는 상차 물건을 나르고, 진열하고, 고객 응대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밀려오는 상품을 빨리 진열하고 제시간에 퇴근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화장실도 하루에 한번만 가면서 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방광염 등으로 병원을 수시로 다니고 아침엔 다리가 퉁퉁 부어서 일어나면 걷기도 힘들더군요. 그땐 그게 우리 몸을 망치는 일인 줄 모르고 그것이 최선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2년 전 노동조합이 생기고 단체협약을 만들면서 전 조합원이 함께 열심히 싸우고 이겨서 너무나도 소중한 휴식시간 30분을 받았습니다. 누구에게는 흘려보낼 그냥 30분이지만 저희는 힘겹게 이룬 소중한 휴식시간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꼭 쓰고 있습니다.

저희는 서비스 노동자입니다. 저희는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안내해 설명해드리고 마지막 인사까지 하는 서비스를 합니다. 근무중 1~2시간 또는 3시간씩 상품진열을 멈추고 매장에 서서 고객에게 안내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회사는 우리가 이걸 잘하는지 체크하고 점수를 매깁니다. 예전엔 미스테리 쇼핑 점수라고 했고 지금은 행복 플러스라고 합니다. 점수가 낮으면 어떤 부서에서는 무빙워크 앞에서 하루 종일 고객에게 인사하는 벌을 받기도 하고, 한겨울에 일산지 해수욕장에 들어가는 벌을 받기도 했고, 새벽산행을 가는 부서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렇게 당하고도 아무 말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가 왜 그렇게까지 어리석게 살았나 싶은 게 우습기도 합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것은 점장의 고과점수를 올려주고 회사만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참 부당한 일이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노조가 생긴 뒤부터는 이런 벌은 없어졌고 이제 우리는 부서별 점수를 공개해서 직원들을 힘들게 하지 말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습니다. 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대부분 가정주부다 보니 직원이기도 하지만 고정고객이 되기도 합니다. 각 분기마다 마트는 큰 행사를 많이 합니다. 발렌타인데이에는 초콜릿을, 여름 복날 행사 땐 닭을, 크리스마스에는 케잌을, 설에는 떡국 많이 팔기 시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부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선 우리가 사고 또 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떤 직원들은 한 달 내내 떡국만 먹었다고도 합니다. 또 명절에는 상품권 팔기 행사를 하는데 적게는 몇십만원부터 몇백만원 상품권까지 우리 일하는 사람들이 구입했습니다. 정말 바보처럼 일했습니다. 지금은 일체 이런 일이 없어졌습니다.

가면 갈수록 인원은 부족해지고 일은 많아지다 보니 연장근무가 자주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부서에서는 연장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고 연장을 하거나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연장근무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큰 회사에서 정말 그럴까 싶지만 일을 하고 있는 우리도 잘 몰랐고 일부 관리자는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일을 다 못해서 연장을 한다는 식으로 몰아가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바쁘니까 또 회사가 잘 돌아가고 장사가 잘 되면 우리도 잘되겠지 싶어서 힘들어도 참고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매출이 많이 오르고 성장을 해도 우리한테 돌아오는 건 없었습니다. 10년을 일해도 1년을 일해도 저희가 받는 돈은 100만원 남짓입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이제는 단 한 시간의 연장근무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습니다. 일한만큼 정당하게 월급을 받으려고 합니다. 노동조합과 함께 더 좋은 회사, 꼭 다니고 싶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가장 달라진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우리 직원들은 ‘이제는 할 말 하고 산다’, ‘이제 숨통이 트인다’고 합니다. 우리가 할 말은 하고 살 것입니다. 물론 노동조합이 생겼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먼저 우리가 알아야 하고 옆 동료와 힘을 모아서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안 되면 투쟁을 해야 바뀔 수 있습니다.

투쟁은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거저 나한테 오는 게 아니고 내가 애써서 만들어 낸 것이니 더 소중하고 더 힘이 납니다. 자부심이 생긴다고 할까요. 당당하게 일하고 이제는 일을 신나게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작년이 달랐고 작년이 달랐고 올해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 궁금합니다. 우리는 홈플러스 노동조합 안에서 더 멋지고 즐거운 일터를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

동구 홈플러스를 찾아오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들을 많이 봅니다. 작년에는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해 분향소에 가기도 했습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는 우리 홈플러스 노동자 수보다 훨씬 많고 노조로 뭉치면 더 큰 힘을 가질 것입니다. 부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하청노동자들이 하청노조로 뭉쳐 자기 권리를 찾고 일하기 좋은 현장을 만들길 기원합니다.

기사 원문 읽기-> http://goo.gl/4Vnu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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