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12.30] 팔고는 싶은데 ‘덩치 큰’ 홈플러스, 결국 공중분해 될까?

[머니투데이 12.30]

팔고는 싶은데 ‘덩치 큰’ 홈플러스, 결국 공중분해 될까?
‘실적부진’ 홈플러스, 적정가치 5조원 그쳐… 롯데·신세계 참여 위해 ‘분리매각’ 검토

기업 매각설이 나오고 있는 홈플러스가 공중 분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대주주인 영국 테스코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한국 홈플러스를 글로벌 사모펀드(PEF)에 매각할 방침이지만 홈플러스의 실적 부진과 영업 규제로 대형마트 몸값이 크게 떨어져 대형마트·편의점·기업형슈퍼마켓 등 사업부문별로 분할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홈플러스는 1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7조원이라던 홈플러스 가치, 알고보니 5조 이하?=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국 테스코는 내년 1월 홈플러스를 포함한 계열사 처분 및 자산 유동화 방안이 담긴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다. 당초 테스코는 연내에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핵심 매각 대상인 한국 홈플러스가 제 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로 발표를 내년으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인수전에는 그만큼 파는 쪽과 사는 쪽의 입장차가 뚜렷해 보인다. 당초 테스코는 홈플러스 인수전이 불붙을 경우 최대 7조원 정도로 매각 가격을 점쳤다. 그러나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홈플러스 인수가격은 5조원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인수 가격은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를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으로 나눈 수치(EV/EBITDA)인 6을 지난해 감가상각 전 영업현금흐름(EBITDA)인 8000억원과 곱한 금액에 경영권 프리미엄(2000억원)을 더한 가격이다. 테스코가 원하는 가격과는 2조원이나 차이가 난다.

특히 홈플러스는 이미 기업으로서 매력이 반감됐다는 지적이다. 이승한 전 회장 시절 홈에버 인수 차입금 상환을 위해 알짜배기 점포를 속속 매각한데다 신규 출점 금지와 일요 휴무 같은 영업규제로 대형마트 사업성이 극도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실제 홈플러스는 이승한 전 회장 주도로 2012년 서울 영등포·금천·경기 동수원·부산 센텀시티점 등 4개 점포를 6300억원에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물류센터 2곳과 경기 부천·수원·인천·대구 매장을 매각하는 등 최근 3년간 1조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세일앤리스백'(SLB, 부동산을 매각한 뒤 다시 임대료를 주고 이를 임대하는 것)’ 으로 팔아치웠다.

하나 같이 홈플러스 최고 알짜 점포들이어서 장기적으로 수익성은 물론 성장잠재력까지 크게 줄였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SLB 방식으로 임대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 SLB 점포의 연간 임대료는 매각가의 7%로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기업은 매년 임대료로만 750억~1000억원을 써야 한다. SLB 계약 시 남은 의무 임대기간을 고려하면 인수자가 부담할 총 임대료만 1조5000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수익성도 급락했다. 홈플러스는 2012년 이후 3년째 매출이 역신장을 보이고 있고 영업이익률도 2011년 5.8%에서 올 상반기 3.25%로 반 토막이 났다. 도성환 사장이 취임한 2013년 5월 이후에도 이 같은 실적부진은 개선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되레 도 사장 취임 이후 대규모 경품행사 등 무리한 마케팅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으며 실적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세일앤리스방식에 따른 임대료 부담과 최악의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어 매각 가격 5억원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헐값 매각 불가피 “제값 받으려면 홈플러스 간판 떼야”=이 때문에 홈플러스가 제값을 받으려면 태국 테스코로터스 등 테스코의 아시아 사업부 전체를 묶어 파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테스코로터스는 매출이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어 테스코가 매물로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현 상황에서는 홈플러스를 각 사업부문별로 쪼개서 분리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 경우 대형마트는 우량점포와 비우량점포를 묶어 별도로 매각하고,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도 따로 팔 가능성이 높다. 홈플러스 이름의 기업이 공중 분해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홈플러스는 인수 후보자로 알려진 농심과 농협, 롯데 등에 분리 매각을 할 경우 인수 의향이 있는지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홈플러스라는 브랜드는 사라지고 인수자들의 유통 브랜드에 각각 통합될 전망이다. 2011년 롯데로 인수된 GS백화점·GS마트가 롯데 브랜드로 옷을 갈아입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과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를 쪼개서 매물로 내놓으면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이 상권이 겹치지 않는 점포를 부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농협과 농심도 큰 부담 없이 인수전에 나서 자신들이 원하는 사업만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동훈 mdh5246@mt.co.kr

기사원문보기 => http://goo.gl/uiqDVw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