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홈플러스에선 10년 일해도 월급은 겨우 100만 원”
홈플러스 노사 임금교섭 결렬, 파업돌입 목전… 노조 부산본부 “생활임금 보장해야”
김보성 기자 press@vop.co.kr 발행시간 2014-07-08 13:42:36 최종수정 2014-07-09 09:33:25
“대기업 홈플러스에선 10년 일해도 월급은 겨우 100만 원”
“내가 받는 시급 5450원, 최저임금은 5210원, 겨우 240원 더 받는다. 커피 한 잔 값도 못한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다들 대기업 홈플러스에 다닌다고 부러워하지만, 100만 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는 자신을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유통업계 2위인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한 여성 노동자의 말이다.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생활임금 보장을 외치며 노조 결성 이후 처음으로 파업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는 수십 배 성장했지만, 10년을 일해도 제자리인 월급을 보며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15년 만에 첫 임금교섭 벌였지만,
사 측 난색 표시에 결국 결렬.
홈플러스 노조 “총파업 벌이겠다”
8일 홈플러스 노사에 따르면 사측과 노조는 15년 만에 첫 임금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현재 5450원에 불과한 시급이 아닌 2013년도 도시노동자 평균임금의 58% 수준의 기본급 보장과 위험수당 및 감정수당 신설, 근속수당 인상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의 10대 임금협약 요구안에 대해 사 측이 난색을 표시하면서 지난달 26일 최종 교섭을 끝으로 대화는 결국 결렬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저임금 실태와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대기업 홈플러스가 교섭에서 모르쇠와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해왔다”며 “계속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11일부터 확대간부 파업, 지부 부분파업, 총파업을 포함한 본격적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매출액 54.5%, 영업이익 73.8% 증가로 그야말로 폭발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같은 기간 법정 최저임금도 31.6% 인상되었지만,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의 시급은 불과 18% 인상되는데 그쳤다. 반면 홈플러스 임원 4명의 연봉은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바꾸기 위해 지난 4월 홈플러스 노조가 처음으로 설립됐고, 1년 만에 첫 임금 교섭이 시작됐다. 이마저 노사간 이견으로 단 한 발짝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도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회사가 성장한 만큼 생활임금 보장 등 합당한 대우를 해야하며, 그것이 이윤을 남기는 기업이 책임져야할 사회적 책임과 도리라는 것이 홈플러스 노조의 주장이다.
“대기업 홈플러스에선 10년 일해도 월급은 겨우 100만 원”
“연 매출 10조 기업의 현실, 암담해”
“저임금 고강도 노동, 기막힌 현실 바꿔야”
이날 오전 10시 부산 홈플러스 가야점 앞에서 열린 ‘대형마트 홈플러스 노동자 생활임금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합원들은 “생활임금 보장하라”, “기막힌 현실을 바꾸고 싶다”, “홈플러스 규탄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나와 사 측에 대한 분노를 표시했다.
김정숙 홈플러스 노조 부산본부 가야지부장은 “이제는 더 참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며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하는 노동과 시간이 과연 100만 원밖에 되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고 사 측을 규탄했다.
안현정 홈플러스 노조 부산본부장도 “시급이 5450원이다 보니 관리자들이 딱 그만큼 우리들을 대우하고 있다”며 “한 노동자는 다리 쪽에 인대가 늘어나 기브스를 했지만 병가도 쓰지 못하고 계산대를 지켜야했다. 이것이 연 매출 10조의 기업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안 본부장은 “10년을 일하던, 15년을 일하던 다 임금이 거기서 거기인 상황”이라며 “월급 명세서를 보면 기가차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홈플러스 입사 3년 차 여성 노동자 월급을 보면 세전급여가 106만 1880원으로 세후 실급여는 86만 8410원에 불과하다. 이 여성 노동자는 하루 7시간 30분을 일하고도, 9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직원에겐 쥐꼬리만 한 월급을 주고선 임원 들은 엄청난 연봉을 챙겨가고 있다”며 “홈플러스가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저임금 문제 해결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본부장은 “이제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주면 주는대로 받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이들이 아니”라며 “지극히 상식적인 임금협약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대사에 나선 고창권 통합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도 “단 한 건의 협약요구안도 수용못하겠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라며 “노동자들이 가만있지 않고 거리로 나서겠다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본 양미자 홈플러스 부산본부 사무국장은 “쟁위행위 투표 결과와 중앙 방침에 따라 이후 파업 등에 돌입할 것”이라며 사 측의 성실한 교섭 태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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