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12.27] ‘고무줄 근무시간’에 생활고 시달리는 홈플러스 노동자들

 

 

‘고무줄 근무시간’에 생활고 시달리는 홈플러스 노동자들

홈플러스노조 국회 기자회견서 “0.5시간 계약제 폐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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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2011년 홈플러스 영등포점 계산원으로 입사한 김선주(가명)씨. 그는 4시간20분을 일하는 조건으로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었다. 일자리가 급했던 김씨는 투잡을 뛰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매일 4시간20분씩 일하면서 받은 월급은 50만원이 안 됐다. 근무스케줄이 아침조·중간근무조·마감조로 일정치 않아 투잡은 불가능했다. 김씨는 “투잡을 할 수 없어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일할 의욕인 안 생긴다”고 토로했다. 현재 김씨는 문화센터로 자리를 옮겨 7시간30분 근무 중이다.

#2. 2005년 홈플러스 울산점 계산원으로 입사한 박미선(가명)씨는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동안 매달 근무시간이 바뀌었다. 매출이 적은 달에는 4시간20분 일했고, 많은 날에는 7시간30분 일했다. 근무시간이 한 시간 줄어들 때마다 급여가 월 15만원가량 감소했다. 근무시간에 따라 명절상여금도 차이가 났다. 박씨는 “같이 힘들게 고생하면서 일했는데, 5.2시간 일하는 사람과 6.2시간 일하는 사람이 상여금마저 다르다”고 비판했다.

◇“기형적 시간제로 노동력 착취”=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서비스연맹·홈플러스노조는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가 기형적 시간제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른바 ‘0.5시간 계약제’ 폐지를 요구하며 지난 24일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이들에 따르면 대형마트업계 1~2위를 다투는 홈플러스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기간제와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10분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계산원을 제외한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7.5시간이다.

홈플러스는 손님이 붐비는 시간별로 계산대를 다르게 연다. 계산원의 근로시간은 4시간20분부터 7시간30분까지 천차만별이다. 노조가 올해 7월 조합원들의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출근 전 업무준비시간 21분42초, 퇴근 후 마무리시간 18분12초를 추가로 일하고 있었다. 회사는 오픈조(오전 7시~오후 3시30분)와 마감조(오후 3시30분~자정)의 근무시간을 겹치지 않게 두고 있다.

노조가 7.5시간 근로계약 노동자들의 시급(5천6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하루 8시간의 급여가 온전히 지급될 경우 회사가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113억으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유니폼을 갈아입고, 업무를 인수인계 하느라 평균 20~30분 연장근로를 한다. 그러나 해당 시간은 근로계약에 반영돼 있지 않다.

홈플러스노조는 9월부터 시작한 단체교섭에서 0.5시간 계약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업무 인수인계에 걸리는 30여분의 시간을 근로계약서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와 거리 멀어”=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의 일환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노동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마트부터 ‘10분 단위 근로계약’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분 단위 근로계약으로 인해 홈플러스가 취하는 이익은 (노동자 개인으로 보면) 작은 것 같지만 합치면 113억원에 달하는 큰 규모”라며 “홈플러스에서 바로잡지 않으면 유통업계와 다른 산업까지 확산될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노동자는 본인이 원하는 시간이 아닌 기업에서 요구하는 시간에 일할 수밖에 없다”며 “여성노동자들이 절반 이상인 대형마트부터 분 단위 계약제와 같은 편법적인 근로계약을 없애지 않는다면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원문보기 =>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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