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배당, 차입 대신 증자로 조달할듯
`세금회피` 논란으로 세무당국 대응 주목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최종 인수까지 산적한 과제들이 ‘첩첩산중’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유통업계는 MBK의 홈플러스 인수에 따른 향후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있다.
홈플러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MBK파트너스가 우선 넘어야 할 과제로는 사모펀드로의 인수에 반발하는 홈플러스 임직원 껴안기와 더불어 배당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지며 올해 국정감사에서 홈플러스 매각이 이슈화될 조짐이 있다는 점이 지목되고 있다.
2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이 알려진 후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공식 입장을 내고 “MBK파트너스가 지속적인 경영과 노동자의 고용 안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점과 과도한 인수가격으로 입찰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한다”면서도 “MBK파트너스가 지난 8월 28일자로 노동조합에 보낸 공문에서 ‘고용 안정과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상생협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선 유의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우려를 반영하듯 MBK는 홈플러스 임직원에 대한 거액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조건을 계약서에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김병주 MBK 회장이 홍콩으로 건너가 직접 이번 인수건을 챙기는 등 MBK가 강한 인수 의지를 갖고 있다”며 “임직원 위로금만 최고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경우 홈플러스의 기존 2만5000여 명 임직원들이 받는 매각 관련 위로금이 수천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 매각 관련 이슈가 국정감사로 번진 것도 부담이다.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는 10일부터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에 걸쳐 증인으로 확정됐거나 논의 대상에 올라 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는 홈플러스 매각건을 이유로 도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만큼 매각 과정의 투명성과 테스코의 ‘먹튀’ 논란, 노동자 고용승계 등과 관련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테스코가 매각 대금 중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홈플러스 배당금으로 빼가는 점도 논란이다. 테스코가 배당금으로 매각대금을 회수할 경우 홈플러스 기업가치를 훼손함과 동시에 세금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MBK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홈플러스에 유상증자를 실시해 해당 자금으로 테스코에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딜 구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홈플러스 재무구조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다. 그러나 세금 회피 논란은 여전하다. IB 관계자는 “테스코가 절세를 위해 배당금을 받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며 “세무당국이 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는 MBK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향후 분할매각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마트는 홈플러스의 대형마트보단 슈퍼마켓(SSM)과 편의점 등에 관심이 높고, 롯데마트는 향후 대형마트 분할매각이 이뤄질 경우 수익성이 높은 점포들을 중심으로 득실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상권 분석을 면밀하게 해보지는 않았으나 홈플러스의 수익성 높은 점포들은 기존의 이마트 점포와 상권이 겹칠 가능성이 높아 인수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슈퍼나 편의점 등이 쪼개져 매각된다면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현재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매장 중 약 30개 점포는 인수할 경우 매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분할매각이 이뤄질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분할매각이 이뤄진다 해도 롯데마트가 원하는 30개 점포만을 떼어내서 팔 리가 없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딜 성사 가능성은 매우 낮게 점쳐진다.
홈플러스 인수전에 추후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를 검토하던 오리온은 신중 모드로 돌아선 상태다. 오리온 관계자는 “IB업계에서 그동안 6조원대가 거론됐던 것에 비하면 현재 알려진 인수가는 다소 높은 수준인 것 같다”며 “현재로선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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