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9.2] [현장에서]홈플러스 매각, 논란과 비난 사이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홈플러스 인수·합병(M&A) 이슈가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국회까지 번졌다. 국내 여론의 특성상 소위 ‘먹튀(먹고 튀는)자본’이라는 인식이 강한 사모투자펀드(PEF)에 기업을 매각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 사장과 본입찰에 참여한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 등을 곧 있을 국정감사 증인을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앞서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투기자본-사모펀드 매각의 문제점과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도 “테스코는 현재 골목상권을 죽이고 번 돈을 완전히 빼가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쌍용자동차에 이어 외국 자본들이 홈플러스에 대한 ‘먹튀’를 준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데이브 사장과 김병주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될지 여부는 지금으로선 확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MBK파트너스에 홈플러스 인수자금 지원(블라인드펀드)을 확약한 국민연금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연금의 투자금 덕에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게 된다면 무자비한 먹튀가 재현될 것이라는 논리다.

홈플러스 직원들의 구조조정 우려에 아태지역 5위이면서 지난해에는 한국 PEF 최초로 글로벌 PE 랭킹 톱 50에 이름을 올린 MBK파트너스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 의해 먹튀자본으로 낙인찍혀 버린 상황이다. 운용자금이 500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역시 먹튀를 돕는 조력자 정도로 평가절하됐다. 앞으로 자본시장 논리보다는 무차별적인 정치 폭력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M&A 특징상 딜이 완전히 마무리(인수자금 납입 완료)돼야만 인수자가 확정된다. 홈플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2일 현재 MBK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후에도 매도자측(테스코)과 추가 가격협상 과정이 남아 있다. 과거 M&A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추가 가격협상이 틀어져 막판에 딜이 깨질 수도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하더라도 딜이 종결될지 섣불리 단언키 어렵다는 얘기다. 홈플러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MBK파트너스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이 무리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논란과 비난은 명백히 구분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홈플러스 M&A와 관련된 정치적 이해관계자들은 논란에 그치지 않고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게 투자금융(IB)업계의 시각이다. 인수 과정에서의 논란은 실제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풀면 된다. 절충점을 찾지 못하거나 테스코와의 추가 가격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하면 딜은 성립될 수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자들 역시 딜 진행 과정에서 자칫 자본시장 논리에 맞지 않거나 탈세 등 불법행위를 감시하면 될 일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2004년 국내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 제도 법제화 이후 PEF가 양정·질적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먹튀자본으로서의 어두운 면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홈플러스 딜에 토종 PEF로선 유일하게 글로벌 PE들과 경쟁해 승리한 MBK파트너스는 웅진코웨이, KT렌탈 등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경험있는 바이아웃(Buy-out) 펀드로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외국계 PE들의 대항마로서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것도 홈플러스나 국내 자본시장을 고려할 때 유리한 측면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바이아웃펀드(buyout fund): 부실한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후 기업가치를 올린 뒤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내는 펀드를 일컫는다. 경영권 행사를 통해 능동적으로 투자대상 기업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고도의 전문성과 치밀한 전략 등을 필요로 한다. 투자기간은 통상 5~10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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