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후보들에 매각가 낮추고 배당실시 통보
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 1조3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추진하면서 홈플러스가 재무구조 악화 우려에 휩싸였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는 최근 매각주관사인 HSBC를 통해 MBK파트너스, 칼라일그룹,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인수 후보들에게 홈플러스 매각대금을 1조3000억원 낮추는 대신 해당 금액만큼 홈플러스로부터 현금 배당을 받아가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코가 매각가를 낮추고 대신 거액을 배당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은 매각과 관련한 세금 지출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법인의 경우, 양도소득세 과세 규정이 복잡하다”며 “테스코는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고 규정도 간단한 배당소득세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조3000억원 규모 배당은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이익 배당은 순자산(자산-부채)에서 자본액,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등을 제한 금액 내에서 가능한데 지난해 말 기준 홈플러스의 이익잉여금(자본금을 초과한 순자산)은 1조5680억원으로 테스코가 제안한 배당 규모 1조3000억원을 웃돈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현재 배당금액만큼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이익잉여금 중 상당 부분을 물류센터 건립과 신규 점포 출점에 투자했고 현재 남아 있는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264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홈플러스가 1조3000억원을 배당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을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홈플러스는 배당 규모만큼 부채가 늘어나고 자본은 줄어들게 된다. 만약 1조3000억원 전액을 대출받는다면 홈플러스 부채 비율은 기존 130%에서 322%로 수직 상승한다. 이 같은 부채비율 상승은 홈플러스의 장기 성장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테스코가 매각 관련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배당을 실시할 경우, 비난 여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계속 국내에서 영업을 해야 하는 홈플러스의 이미지 추락을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스코는 지난 1999년 4월 삼성물산과 합작사를 설립한 뒤 삼성물산 지분 인수를 통해 홈플러스 지분을 100% 확보했다. 총 투자액은 약 8113억원 규모다. 테스코는 홈플러스에 대출한 1조500억원 채무에 대한 이자와 배당, 로열티 등으로 이미 투자 원금에 근접하는 금액을 회수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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