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최대 1조원 규모의 배당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홈플러스가 갑자기 대규모 배당에 나선 것은 매각을 앞두고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주인인 영국 테스코는 다음달 초 홈플러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홈플러스로부터 최대 1조원 규모 배당을 받아가는 방안을 인수후보에 통보했다.
홈플러스 인수후보는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PEF) MBK파트너스 △글로벌 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 △칼라일그룹 등 3곳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테스코가 홈플러스로부터 배당금을 빼가는 대신 매각가격을 낮춰주는 딜 구조를 인수후보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매각가는 7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이 매각가격에는 테스코가 홈플러스에 빌려준 1조5000억원이 포함됐다. 이 대여금액을 제외할 경우 홈플러스 지분 100%에 대한 지급대금은 5조5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서 테스코가 최대 1조원을 배당금으로 빼가는 대신 실제 거래대금을 4조5000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구조다.
이 같은 딜 구조 변경은 양도차익 관련 세금을 낮추는 한편 매각가격을 낮춰 인수·합병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테스코는 1999년 삼성물산과 홈플러스를 합작 설립한 이후 사업 철수를 결정한 삼성물산 지분 인수대금, 유상증자 등으로 총 8113억원을 투자했다.
합작 설립 당시 1561억원을 비롯해 1999년과 2007년, 2011년에 걸쳐 총 3056억원을 들여 합작사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사들였으며 이 밖에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대금 3496억원도 투자했다. 첫 투자 후 16년 만에 8113억원의 투자금액이 5조5000억원으로 7배 가까이 늘어나 양도차익만 4조7000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의 실질적인 주인은 영국 테스코이지만 형식적인 대주주는 네덜란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테스코홀딩스 B.V’로 홈플러스 지분의 100%를 들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다른 다국적 기업들처럼 절세 목적으로 이 같은 지배구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네덜란드 사이에는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 방지를 위한 협약을 맺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 투자한 외국기업의 배당소득세율과 양도소득세율에 관한 부분은 각국 간 맺고 있는 조세협약과 기업들의 사례별로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409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테스코의 이 같은 결정은 눈총을 사고 있다. 4년치 이익으로 쌓아올린 현금이 단번에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절세 목적으로 갑작스레 대규모 배당을 결정할 경우 기업 보유 현금이 고갈돼 투자나 기업 성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2월 말 기준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1조5658억원에 달한다.
이 중 3분의 2가량이 일시에 빠져나가게 되는 셈이다. 특히 홈플러스 인수후보가 모두 사모투자펀드(PEF)라는 점은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킨다. PEF는 통상 고배당 정책을 통해 투자원금 중 일부를 계속해서 회수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홈플러스의 대규모 배당이 이뤄질 경우 회사 임직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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