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인수전 앞둔 MBK, 코웨이 매각 배수진
투자실적 미진한 상황서 7조 대형딜 앞두고 연기금 투자가 설득할 당근책 고민
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코웨이 (99,500원 상승900 0.9%) 조기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홈플러스 인수에 필요한 조단위 자금을 마련하려면 연기금 등 펀드 투자가들을 만족시킬만한 확실한 반대급부가 필요해서다.
4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MBK는 최근 몇몇 투자은행(IB)으로부터 코웨이 매각 가능성을 보고받고 조기매각 여부를 진지하게 따지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코웨이를 팔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사 포트폴리오와 유한책임사원(LP) 관리에 있어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고 이를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것이다.
MBK는 2013년 웅진그룹으로부터 코웨이 경영권 지분 30%를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바이아웃 딜인 이 거래의 특성상 통상적인 예상이라면 매각 시점은 매입 당시로부터 4~5년이 지난 2017년~2018년으로 예상 가능하다. MBK도 코웨이의 성장플랜을 이 정도의 기간에 맞춰두고 외부에서 경영진을 영입해 지난해부터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문제는 MBK가 국내 대표 PEF운용사로서 최근 상당한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MBK는 2013년 말 ING생명을 인수하고 나서 투자실적이 2년 가까이 없는 상태다. 올해 KT렌탈 공개 인수전과 SK루브리컨츠 사적 인수협의에 나섰지만 거래는 불발됐다. 여기에 팔려고 내놓은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매물들은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케이블 유선방송사 씨앤앰 매각은 사실상 실패했고 HK저축은행 매각도 원매자가 원하는 가격이 예상 기대가격을 밑돌아 지지부진하다.
MBK는 지난 5월 중국팀을 통해 APEX로지스틱스라는 중국 물류업체를 인수했다. 그러나 약 920억원의 거래 규모는 3조원짜리 3호 블라인드펀드로 인수하기에 지나치게 작은 딜이었다는 지적을 얻는다. MBK에 자금을 위탁한 테마섹이나 캐나다국민연금(CPPIB)이 원하는 투자전략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MBK가 모처럼 발견한 대형 바이아웃 딜이 홈플러스 인수 건이다. 하지만 최소 7조원대의 인수규모는 다시 지나치게 큰 자금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인수전에 나선 KKR이나 칼라일 등 글로벌 바이아웃 펀드도 가격적 경쟁을 더하는 요인이다. MBK 3호는 3조원 규모로 이중 분산투자 원칙에 따라 최대 1조원까지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수금융을 포함해 7조원이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최소 3~4조원의 자기자금이 필요하다.
MBK는 일단 인수전의 경쟁상대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PIA와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각자 준비해야 할 자기자금 부담이 1~2조원대로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1조원 이상의 자금은 여전히 추가적인 투자가 섭외를 필요로 한다. 블라인드 펀드 사용 외에 에퀴티 인수자금을 1조원 가량 더 모으기 위해선 기존 펀드에 믿고 투자한 테마섹 등 연기금을 공동투자(co-investing)라는 명목으로 다시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MBK에 대한 국내외 연기금들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맡기기로 한 블라인드펀드 운용권이야 MBK에 있다지만 추가 투자에 있어서는 MBK가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자산들의 실태를 감안해 추가적인 투자심의를 거치는 것이다. 여기에서 MBK가 씨앤앰이나 HK저축은행 매각을 끝내지 못하는 문제나 최근 추가 딜소싱에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지적요인이 될 수 있다.
MBK는 코웨이 매각검토가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코웨이는 1조2000억원을 주고 인수했지만 실제 에퀴티(지분투자액) 자금은 4700억원의 인수금융을 빼면 730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인수 후 1년 만에 코웨이의 이익이 급격히 늘면서 주가 3배로 뛰었고 MBK는 지난해 이 회사의 자본구조를 바꿔 차입금을 8000억원으로 늘리면서 남은 3300억원을 투자가들에 조기 배당했다.
MBK가 코웨이 경영권 지분 30%를 인수한 원금은 이 조기배당을 감안해 4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에 비해 현재 매각을 결정할 경우 예상되는 매각가치는 최대 3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코웨이 매각 카드의 요체다. 코웨이를 인수하는데 쓴 2년간의 이자 및 부대비용을 감안하더라도 3조원에 회사를 팔 수 있다면 자본차익이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실제로 코웨이를 원하는 중국계 원매자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기 판매 및 임대업이 주요 비즈니스인 코웨이는 일부 남부지방의 수질이 좋지 못한 중국에서 사업적 확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MBK가 기대가격에 코웨이를 중국 원매자에 넘길 수만 있다면 자신들의 투자가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할 수 있다. 이 경우 홈플러스라는 대형 매물 투자에 대해서도 확실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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