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본입찰 전 출자 검토 ‘이례적’
우리은행 등 인수금융단 투자확약서 제공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를 돕는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홈플러스 매각 본입찰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MBK파트너스의 인수 펀드에 사전적으로 출자를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30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된 5곳의 사모투자펀드 중 MBK파트너스 인수 펀드에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메자닌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적격인수후보인 다른 PEF 운용사들로부터 투자 여부를 논의해 온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기로 최종 결정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출자자인 국민연금이 인수가격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투자 파트너가 되기로 결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로써 다른 적격인수후보들이 불리한 형국이 됐다”고 진단했다. 국민연금이 투자를 검토하면서 국내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공동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만큼 국내 기관의 자금이 MBK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국내 기업이라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칼라일, KKR, 골드만삭스PIA 등 미국계 PE보다 동북아 중심의 지역 펀드인 MBK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딜이 될 수도 있는 홈플러스 인수전인 만큼 미국계에 비해 해외 연기금 자금 모집에 상대적으로 뒤지고 있는 MBK에 국민연금이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시각이다.
사모펀드들간 각축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홈플러스 인수전은 예상가격이 7조원으로 거론되고 있어 자금 증빙력이 주요 관건이 될 전망이다. PEF는 단일 투자건에 대한 자체 투자 여력이 많아야 1조원 수준이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과 공동 전선을 구축해 3조원 수준의 지분 인수 펀드를 조성하고 나머지 4조원은 인수금융을 통한 조달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 은행들과 오랜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MBK는 인수금융 확보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국내 막강한 인수금융단인 신한은행, 우리은행, NH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등이 최근 구속력있는 투자확약서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3조원 규모의 주권 인수금 조달용 펀드 규모는 3조원 수준으로 MBK는 자체 블라인드 펀드에서 8000억원 가량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MBK는 3호 블라인드 펀드가 26억7000만달러(약 3조원) 규모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나머지 2조원 수준의 주권 인수금은 MBK 펀드의 주요 출자자로 오랜 관계를 맺고 있는 싱가포르 국부펀드(테마섹), 캐나다 국민연금(CPPIB) 등 4~5곳의 출자자(LP)들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MBK의 홈플러스 인수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기 위해 함께 공동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측은 이에 대해 “홈플러스 인수펀드에 사전적으로 출자를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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