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7.15] 기자에게 “과격하다” 했던 주부, 지금은 집회 현장에?

기자에게 “과격하다” 했던 주부, 지금은 집회 현장에?
[취재수첩] 울산 홈플러스 노조, 매각 추진에 반발… 고용보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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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노조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민단체 등과 함께 7월 14일 오전 11시 울산 중구 복산동에 있는 홈플러스 울산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비밀-먹튀매각을 중단하고 홈플러스 경영진의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내 대형유통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최근 매각을 추진하자, 대부분의 조합원이 주부로 구성되어 있는 홈플러스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의 모회사인 테스코는 예비입찰을 통해, 사모펀드인 칼라일, MBK, 어피니티, 골드만삭스 등의 업체를 예비적격업체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홈플러스노조 울산본부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울산 중구 복산동에 있는 홈플러스 울산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밀·먹튀 매각을 중단하고 홈플러스 경영진의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으로 성장해온 기업이 어떠한 설명과 동의도 없이 노동자를 내팽개치고 비밀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기본예의가 아니다”며 “매각절차의 투명한 공개, 고용보장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 표명, 노조와 이해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합원들의 면면이 낯설지 않았다. 울산 동구지역에 사는 기자의 이웃 주부들이 상당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합원이 되기 전 기자를 향해 “너무 진보성향을 띤 과격한 기사를 쓴다”거나 “울산의 노동계는 파업을 일삼는 노조”라고 지적하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장에서 보다 진보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홈플러스 노조 설립 후 근무환경 개선

기자가 사는 울산 동구는 ‘현대왕국’으로 불린다. 조선분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자리잡았다. 이곳에 근무하는 6만여 명의 정규직·하청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지역 구성원의 주류를 이룬다. 인구 18만여 명인 동구에는 현대백화점, 현대예술관, 현대한마음회관(문화시설) 등 그야말로 현대 일색이다.

그런 동구에 지난 2007년께, 현대의 아성을 깨고 홈플러스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이 술렁였다. 상당수 지역민들은 “독과점을 깨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있었다.

지난 2008년, 그동안 동구지역 유일한 대형매장 역할을 해오던 현대백화점과 그리 멀지 않은 동구 일산동에 홈플러스가 들어섰다. 중구(울산본점), 북구에 이어 울산의 3번째 홈플러스(현재는 남구에도 개점)였다. 홈플러스 측은 개장에 앞서 지역 주부층을 대상으로 직원 채용을 시행했다. 직원 중에는 기자의 이웃에 사는 주부들도 상당수 있었다. 정규직에 비해 임금이 낮은 하청노동자들의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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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8년 문을 연 홈플러스 울산 동구점. 이곳에서는 2013년 5월 22일 노조가 설립됐고 조합원 대부분이 주부들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3년 3월 24일,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5월 22일에는 울산 동구 홈플러스에도 노조가 설립됐다. 150여 명의 근무자 중 70여 명이 조합원이 됐다. 특이한 점은 노조에 가입한 대부분의 조합원이 주부라는 점이다.

조합원이 된 그들의 입에서는 지난 5년간 겪었던 불합리한 일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해당 불만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못을 박은 바 있다.

“명절 때 남편·아이들과 함께 시댁에 가야하는데 번번이 빠져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설·추석을 앞두고 회사 측이 직원들에게 휴무를 반납하라고 강요한다. 선물세트 강매 요청도 있다.”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를 지시하기 일쑤며 심지어 퇴근 없이 48시간 이상 연속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당시 기자의 이웃에 사는 한 주부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벌일 때면 남의 일처럼 여기고 때론 욕도 했다”며 “이제 나도 노조원이 되고 보니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들 주부들은 “동구비정규직지원센터에서 상담과 교육을 받고 많은 부분을 깨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때때로 열리는 민주노총의 집회에 참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단체로 서울역 광장 민주노총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들은 노조 설립 후 ‘추석 불법행위 감시단’을 발족하고 이를 근절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것과, 불법 연장근무강요와 상품 강매를 하지 말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이후 많은 부분에서 근무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주부들이 근래들어 홈플러스 매각 소식에 다시 간장하고 나섰다. 울산 북구 홈플러스의 전신인 이랜드그룹 울산홈에버가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상당수 주부들이 정리해고 된 사례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2007년 당시 지역노동계는 비정규직 정리해고에 항의하며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지역에서는 수개월 간 논란이 지속됐었다. 울산홈에버 사태는 지난해 영화 <카트>의 모티브가 돼 800만 관중을 동원하기도 했다.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주부들은 입을 모은다. “단기적 이윤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로 매각된 기업은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먹튀행각이 진행됐다”고.

노조 설립 후 2년이 흐른 지금 이들 주부들은 상당한 지식을 습득한 듯 했다. “쌍용자동차에서 기술유출과 고의부도를 낸 상하이자동차, 외환은행 매각으로 5조 원의 매각차익을 챙긴 론스타, 씨앤엠에서 대규모 외주화와 정리해고를 강행하고 있는 MBK등이 대표적인 먹튀투기자본들이다”고 분개한 것을 보면 말이다.

기사 원문 읽기-> http://goo.gl/oVFN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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