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6.1] 최저임금 노동자는 결혼도 하지 말고 혼자 살라는 겁니까?

최저임금 노동자는 결혼도 하지 말고 혼자 살라는 겁니까?
김진숙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홈플러스노조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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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월급이 오르긴 했는데 왜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 걸까요. 해가 바뀌어도 주머니 사정은 늘 그대로예요.”

“동창모임·경조사·친목 술자리가 줄어든 지는 오래됐어요. 모든 사회관계가 단절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괴롭습니다.”

“부모 사정을 진작에 알고 일찍 철이 든 아이들은 ‘8천원짜리 통닭이 제일 맛있다’고 하는데요. 이젠 1만5천원짜리 치킨도 마음 편하게 사 주고 싶어요.”

5월 한 달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참여했다. 최저임금을 받아 살아가는 당사자들을 최저임금 논의주체로 참여시키자는 노동계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대형마트 노동자인 필자와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올해 처음 최저임금위 논의에 동참했다.

지난 한 달 최저임금 적용 사업장을 방문하며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같은 기간 동안 최저임금을 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근거가 되는 생계비를 심의하는 생계비전문위원회가 3차례 열렸다.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호소는 생각보다 훨씬 절절했다. 나 역시 최저임금 노동자지만,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들과 마주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으로 아이를 키우는 가장이 많다는 것, 최대한 안 쓰고 안 먹고 안 입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도 비슷했다.

비슷한 처지 노동자 만나 먹먹해진 가슴

최저임금위 생계비전문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며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갔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이 과연 타당한지, 왜 열심히 일하는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는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생계비는 최저임금 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런데 1988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사는 미혼 노동자의 생계비, 즉 가장 하위계층의 생계비를 근거로 삼아 왔다. 27년 전 기준을 형식적으로 반영해 왔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최저임금 노동자는 평생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야 되는 거야? 평생 밑바닥 소득수준에 맞춰 생계를 꾸려야 되는 거야?”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향상하고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향상이나 더 나은 삶에 대해서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어 보였다. 그저 ‘어떻게 하면 가장 밑바닥 임금 상태를 잘 유지하고 보전(?)해 줄 것인가’에 몰두할 뿐이었다.

심지어 어떤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노동자 중에는 취미나 여가로 일하는 사람도 많잖아요”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기도 했다. 스치듯 던진 그 한마디를 들으며 속이 들끓었다. 취미나 여가로 일하고 있으니 이 정도 임금이면 충분하다는 얘기인가. 장시간·고강도 노동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얘기다.

병든 한국사회 응급약 ‘최저임금 인상’

골병들고 만성 직업병에 시달리는 일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은 없다. 월 116만원짜리 노동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노동현장 곳곳이 너무 아프고 고통스럽다. 그 노동이 기업과 나라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되묻고 싶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계부채 증가율 1위, 남녀 임극격차 1위(10년 연속), 저임금계층 비율 1위, 출산율 뒤에서 1위, 근속연수 최하위, 단기근속자 비율 1위 ,장기근속자 비율 최하위….

위기의 대한민국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처참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위가 어떤 공익적 입장을 취해야 할지 사회 전체의 생존과 이익을 기준에 놓고 다시 고민해야 한다. 최저임금 노동자와 그 가족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이런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6월부터 본격화하는 최저임금 논의에 더욱 열심히 동참할 것이다.

기사 원문 읽기-> http://goo.gl/GlYu6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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