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당사자로 참여한 최저임금위원회, 5월 활동을 마무리하며_김진숙 서울지역본부장

지난 4월 말부터 최저임금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김진숙 서울지역본부장의 글을 싣습니다. 김진숙 본부장은 최저임금 사업장 현장 방문과 생계비 전문 소위원회 활동을 통해 최저임금이 모든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당사자로 참여한 최저임금위원회, 5월 활동을 마무리하며
조합원들과 지난 소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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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에는 그 개인의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들의 삶까지 짊어져 있었습니다”
“이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노동의 가치를 함부로 대하며 마음대로 결정해왔는지를 똑똑히 보았습니다”

저는 5월 한달동안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최저임금사업장 현장방문을 서울, 광주에서 진행하고, 노동자 단체와 사용자 단체 집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최정임금 결정의 중요한 근거로 되는 <생계비>산출을 위한 심의회의 <생계비전문위원회>가 3차례 진행되었습니다.

-매년 월급이 오르긴 했지만, 왜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는 모르겠어요. 주머니 사정은 그대로이니 1년 후의 계획이란 것,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꿈조차 꾸지 못합니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어떤 근거로, 무슨 기준으로 책정되고 있어요? 확실하게 답 좀 해주세요

-동창모임, 경조사, 친목 술자리가 줄어든지 오래…가장 괴로운 건 모든 사회관계가 단절되고 아내와 저의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밥만 먹고 숨만 쉬고 살 수 없지 않나요? 철따라 아이들 옷도 사주고 싶은데…부모 사정 진즉에 알고 ‘이게 제일 맛있다’며 8천원짜리 치킨만 먹는 아이에게 1만5천원짜리 치킨도 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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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겐 가족들의 생계까지 지어져 있어
저임금 노동자는 무려 6~700만명에 달해

현장 방문에서 만난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을 마주한 이후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저 역시 최저임금 노동자이지만, 주변 동료들의 삶과 생활을 깊게 듣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냥 흔하게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계를 꾸리는 외벌이 가장이 많다는 것, 아끼고 아끼며 사는데 이골이 났다는 정도만 느끼고 있었을까요.

그러나 최저임금 당사자들이 가족과 함께 하는 삶과 마주하고 나니, 그 쓰라림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에는 그 개인의 삶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들의 삶이 함께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저임금 노동자가 무려 6~700만명. 그와 그 가족들의 삶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집니다.

“왜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는지, 도대체 어떤 근거로 최정임금을 결정해 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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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생계비 산출 기준인 1인 가구 미혼 노동자 생계비
27년 전 정해진 기준…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어

그 내부를 들여다보니, 속에서 묵직한 것이 올라오는 듯 했습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는 생계비…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가 설립된 88년부터 주요 근거가 되는 기준은 지금껏 혼자 사는 미혼 노동자의 생계비였습니다. 그것도 가장 임금이 낮은 층의…지난 27년간 오직 이 기준만 고집하며 최저임금을 결정해 왔다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최저임금 노동자는 평생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야 하는거야”

최저임금법 제도의 취지는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향상하고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며 인간다운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데 있다 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향상과 더 나은 삶에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그냥 그저 <가장 밑바닥 임금 상태를 어떻게 하면 잘 유지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합니다.

심지어 누군가가 툭 던진 ‘최저임금 노동자 중에는 취미나 여가로 일하는 사람도 많지 않냐’는 한 마디에 속이 끓어 올랐습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취미나 여가로 일하고 있으니 이 정도 임금이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말입니다. 골병과 만성 직업병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116만원짜리 노동으로 치부되기엔 우리의 노동현장, 모든 곳이 너무 아프고 고통스럽습니다. 그 노동이 기업과 나라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되묻고 싶습니다.

곧 6월, 최저임금 논의가 격화되는 시기.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 경영자, 공익위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회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백번 양보해 사용자 위원들은 경영계의 입장을 대변하느라 거의 매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한다고 인정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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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노사 대표들 중간에서 중요한 결정 권한을 가진 공익 위원들의 입장은 어떠할까요?
공익이라함은 사회전체의 이익을 말합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공익위원들의 ‘공익적’ 입장을 절절한 마음으로 기대해봅니다.
OECD 국가 가계부채 증가율 1위, 남여 임극격차 1위(10년 연속), 저임금계층 비율 1위, 출산율 뒤에서 1위, 근속연수 최하위, 단기근속자 비율 1위 ,장기근속자 비율 최하위…

위기의 노동자, 위기의 대한민국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위기 극복의 실마리 찾아야

위기의 대한민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이 현실 앞에 최저임금위원회가 어떤 공익적 입장을 취해야 할지, 사회 전체의 생존과 이익을 기준에 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최저임금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인간다운 생활이 영위 되는 것에서부터 우리 사회는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1000만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 핍박받는 여성노동자, 청년노동자들의 삶. 이 모든 이들의 임금과 삶이 최저임금 결정에 달려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다시 또 6월을 힘차게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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