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대부분 빚으로 조달… 껍데기만 남기고 철수” 우려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 매각을 추진 중인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가 매각에 앞서 1조3000억 정도를 현금 배당으로 받아갈 계획으로 밝혀졌다. 홈플러스는 배당금 대부분을 빚으로 조달해야 한다. 이에 따라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껍데기만 남긴 채 철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러 재계 관계자는 27일 “테스코 측이 본입찰을 1주일 정도 남긴 이달 중순 인수 후보 컨소시엄들에 1조3000억원 규모의 사전(事前) 배당 계획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매각 전에 이 정도 자금을 회수하겠으니 이를 감안해 인수액을 제시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7조원 안팎으로 알려진 홈플러스 입찰가를 감안하면, 배당 후 입찰가는 6조원 이하로 내려간다. 테스코는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배당 계획이 홈플러스에 치명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A(인수·합병) 업계의 한 전문가는 “‘매각 전 대규모 배당’은 매물로 나온 회사의 재무 구조를 악화시키고 향후 성장성에도 큰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는 M&A 거래 방식”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올 2월 말 기준 보유 현금이 264억원에 불과해 1조원이 넘는 배당을 하려면 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야 한다. 외환 위기 당시 스타타워·외환은행·극동건설 등을 헐값에 사들였다가 되팔면서 5조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챙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처럼 ‘먹튀’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테스코는 1990년대 말 삼성그룹과 합작하면서 국내 유통 시장에 진출한 이후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홈플러스에서 지금까지 받아간 금액은 상표 사용료와 배당금 2000억원, 회사채 이자 수익 9000억원 등 1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미 투자 원금을 대부분 회수한 것이다.
대규모 배당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홈플러스 노조는 이날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도 이날 조찬 강연에서 “홈플러스 매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는 싱가포르 국부 펀드인 테마섹이 인수 후보 중 하나인 MBK파트너스 측에 합류했다고 27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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