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홈플러스, 직원들에 상품권·행사상품 강매 ‘논란’
노조, “강릉점서 해마다 1인당 80~90만원 강매”…
사측, “강요 없었다”
고희철 기자 khc@vop.co.kr 2013-06-30
홈플러스 강릉점이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세트와 상품권, 각종 행사상품 등을 1년 평균 80~90만원어치나 강매했다고 노조가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홈플러스노조는 지난 28일 “홈플러스 강릉점은 상습적으로 직원들에게 행사 상품을 구매할 것을 강요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 강릉점은 명절에는 상품권과 선물세트를 사도록 독려하고, 이른바 ‘브랜드데이’라 불리는 각종 행사 날짜에 맞춰 삼겹살, 사탕, 수박, 생닭, 케이크 등을 사도록 독려했다.
또 부서별로 할당량을 정해주고, 구매자 인원 및 결제 여부를 보고하도록 했으며, 강릉점 차원에서 개인별 상품권 구매 현황을 표로 정리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복날용 생닭 판매를 독려하는 내용의 홈플러스 강릉점 문서ⓒ홈플러스노조 제공
복날엔 생닭 사고, 크리스마스엔 케이크 사고…명절에 상품권 구매 ‘필수’
이와 관련, 노조는 세 가지 문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7월 만든 문서에는 ‘축산 전단오류상품(생닭6호, 2860원) 구매 독려’라는 제목 아래 “생닭6호 물량이 많이 남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담당님들의 적극적인 구매 부탁드립니다. 회사의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구성원 여러분의 관심 부탁 드립니다”라고 공지했다.
또 지난해 9월 27일에는 ‘명절 선물세트 구매 동참 취합’이라는 제목으로 “파트장님께 보고해야 하는 사안이니 구매 동참 양식에 기재하신 분들은 결제 예정일에 맞추어 곧 결제 부탁드리고, 결제 후에는 잊지 말고 선임에게 결제 완료했다고 전달 부탁 드립니다”라고 사원들에게 전달했다.
심지어 지난해 설날에는 ‘강릉점 상품권 캠페인 현황(개인별)’이라는 표를 만들어 부서별로 직원 개개인의 상품권 구매 상황을 취합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지역행사 티켓과 추석 선물세트를 구매하라고 독려하는 내용의 홈플러스 강릉점 문서ⓒ홈플러스노조 제공
이에 대해 홈플러스 강릉점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강압적으로 판 건 아니고 명절에 선물세트 많이 사니까 공동구매 품목을 정해서 산 것이다. 행사품 강압적으로 판매한 경우는 없고, 직원들이라 30~50% 저렴하게 판매했다. 선임이 욕심에 다른 부서도 사니까 우리도 얼마씩 사자고 한 적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의 전언은 이와 다르다.
입사 4년차인 홈플러스노조 신정란(39) 강릉지부장은 “회사에서 구매를 하도 독려해 네 식구인데 지난해 복날엔 닭을 다섯 마리나 사서 다 못 먹고 버렸다”며 “명절과 무슨 데이를 맞을 때마다 회사에서 으레 사도록 하고 명단 적어서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사무실에 붙여놓으니 안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신 지부장은 “부서별로 인사고가 평가되고 경쟁하는데 한 부서만 수량이 미달되게 할 수 없는 분위기가 강하게 작용해 결국 살 수 밖에 없다”며 “다들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다름없다고 불평하지만 눈 밖에 날까 두려워 쉬쉬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도 덧붙였다.
강릉지부의 김진숙(39) 사무장은 “공동구매라는 것이 지난해인가 시작됐는데 품목도 많지 않아서 그냥 상품권 사고 그런다”며 “공동구매와 상관없이 올해 명절과 브랜드데이에도 상품 강매는 그대로 하고 있다”고 회사 측의 입장을 반박했다.
김 사무장은 ‘직원들에게 30~50% 할인해준다’는 해명에도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싸게 해준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케이크를 샀다가 크기가 너무 작아 다들 실망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직원 한 명이 1년 동안 자신의 의사와 달리 억지로 구매하는 상품권과 각종 상품이 10여종이며 액수는 80~9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노조가 밝힌 강매 품목은 생닭(복날), 케이크(크리스마스), 삽겹살(3월 3일 삼삼데이), 사탕(화이트데이), 초콜릿(밸런타인데이), 빼빼로(11월 11일), 수박(여름철), 명절 선물세트와 상품권(설날과 추석) 등이다.
노조는 “강매는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점장이나 관리자들에게 찍히면 부서이동이나 갖가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홈플러스 강릉점에서 작성한 지난해 설날 개인별 상품권 캠페인 현황ⓒ홈플러스노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