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8.5] 홈플러스 상여금·성과급 고정성 부정한 잘못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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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문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

사건의 경위

홈플러스 주식회사(이하 ‘홈플러스’라고 함)에 재직 중인 일부 근로자들(613명)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홈플러스가 시간외 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을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은 통상임금의 범위가 잘못 설정됐으므로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고 그에 따라 추가로 산출되는 미지급 법정수당을 지급해 줄 것을 청구했다. 홈플러스의 근로자들은 TW(temporary worker :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PT(part time : 담당, 비정규직), FT(full time : 선임, 정규직)로 나뉘는데, 위 소송에 참가한 근로자들은 모두 PT 또는 FT였다. PT들은 명절상여금·근속수당·직무수당·직책급·성과급(PI는 경영성과급, PS는 이익배분급)이, FT들은 명절상여금·식대·능력급·성과급(PI는 경영성과급, PS는 이익배분급)이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취업규칙에는 “상여 및 성과급은 지급일 현재 재직자에 한하여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사건의 쟁점

사건의 쟁점은 근로자들이 주장한 각 항목의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홈플러스는 명절상여금 및 성과급은 지급일 현재 재직하는 자에게만 지급하는 것으로 소정근로의 대가가 아니고 고정성도 결여했으므로 통상임금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근속수당·직무수당 및 직책급·식비·능력급은 복리후생 차원에서 근무의욕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급한 것이며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한 임금이 아니므로 통상임금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 내용

법원은 명절상여금 및 성과급은 지급일 현재 재직하는 자에 한해서만 지급되고 그 전에 퇴직한 자에 대해서는 지급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고(중도입사자·병가자에게도 지급된 점은 고려요인이 아니라고 봤다), 근속수당은 일률성과 고정성이 모두 인정되므로(근속기간은 소정근로의 가치 평가와 관련이 있는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이고 일정한 근속기간 이상을 재직한 모든 근로자에게 그에 대응하는 근속수당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일률성이 인정되고, 일정 근속 기간에 이른 근로자는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면 다른 추가적인 조건의 성취 여부와 관계없이 근속기간에 연동하는 임금을 확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으며, 나머지 임금(직무수당·직책급·식대·능력급)도 일정액의 금원이 매달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인정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은 홈플러스의 신의칙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근로자들이 회사와 위 각 금원(통상임금으로 인정된 금원을 말한다)을 통상임금 산정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는 점, 각 금원이 상여금의 성격을 띠지 않는 수당에 불과하다는 점, 홈플러스의 당기순이익 규모에 비춰 볼 때 홈플러스가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에게 추가로 부담할 금액이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그 주장을 배척했다.

판결에 대한 검토

법원은 홈플러스 근로자들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임금 항목들 중 다수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지만, 상여금과 성과급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 근거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상여금과 성과급이 지급일 현재 재직하는 자에 한해서만 지급되고 그 전에 퇴직한 자에 대해서는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통상임금 범위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상여금과 성과급이고, 그중에서도 ‘재직자 요건’을 둘러싼 다툼이다. 이 글에서도 그 문제에 집중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법원이 상여금과 성과급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통상임금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과연 위와 같은 취지를 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근로자가 소정 근로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그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것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이 된다. 그러한 임금은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시점에 재직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하는 반면, 그 특정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이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와 같은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그 임금은 이른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그 특정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하면 당해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므로, 고정성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근로자가 특정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그 근무일수에 비례한 만큼의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는 앞서 본 매 근무일마다 지급되는 임금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한도에서는 고정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대법원은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정성이 부정된다고 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위 내용 중 “그와 같은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에 주목해서 볼 때 ‘그와 같은 조건’에 해당하는 것은 ① 어떤 임금이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경우만이 아니라 ② “그 특정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이를 지급하는 경우까지다. 즉 ①과 ②의 요건을 모두 구비해야 위 판결문상의 ‘그와 같은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①과 ② 중 하나라도 구비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임금이 무조건 고정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특정시점에 재직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지급되거나(이런 유형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위 판결문에 나오는 ‘비례적 지급’의 경우다), 특정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 기왕의 근로 제공에 따라 지급되는 임금은 고정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렇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은, 사용자가 아무런 부담도 지지 않은 채 취업규칙에 재직자 요건을 포함시키는 것만으로 임금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고정성’이라는 문언의 의미상 기왕에 근로를 했는지를 묻지 않고 특정시점에 재직 중이라는 우연적 요소에 따라 지급되는 정도에 이르러야만 고정성을 부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처럼 고정성 판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부담을 지고 있는 실태까지도 고려해야만 한다. 이렇게 보는 한에서만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은 최소한의 정당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사건 판결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홈플러스의 경우 ①의 요건은 분명하게 충족하고 있지만 ②의 요건은 충족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홈플러스는 지급일에 재직 중인 모든 근로자에게 상여금과 성과급 전액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 그 입사일에 따라 월할해 일부만을 지급한 것이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에게 상여금과 성과급을 일부만 지급하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홈플러스는 특정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에 따라 상여금과 성과급을 지급했던 것이다. 결국 신규 직원에게는 상여금과 성과급이 비례적으로 지급됐던 것인 바, 상여금과 성과급은 고정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규 직원에게 비례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임금이라면, 기존 퇴사자에게는 비례적으로 ‘지급돼야’ 하는 임금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렇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서울북부지법은 이 쟁점과 관련해 “재직 요건이 임금의 지급조건이 되어 소정 근로의 대가성과 임금의 고정성이 결여되었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임금이 기왕에 근로를 제공하였던 사람이라도 특정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되지 아니하는 반면, 그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이를 지급하는 형태여야 하는데, 여기에는 주로 명절수당·휴가수당과 같이 특정시점에 특별한 목적의 필요에 대응하여 지급되는 복리후생적 성격이 강한 수당들이 해당된다고 봄이 상당한 점, 근로자가 소정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도 재직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수당이라면 고정성이 부정될 것이지만, 이미 소정 근로를 제공한 경우라면 수당의 지급 시점에 재직한다는 조건은 일반적으로 달성되는 조건에 불과하여 이는 다른 사정과 더불어 고정성을 판단하는 요소 중 하나로만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는데(2015. 7. 15. 선고 2014가합20572 판결. 매일노동뉴스 2015년 7월31일자 기사 참조), 이 판결은 위와 같은 점을 정확히 고려한 것으로서 타당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은 기존에 상여금이 특정 일에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지급되는 것으로 돼 있다고 해도 그것이 중도퇴직자에 대하여는 이미 근무한 기간에 해당하는 것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까지 규정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적이 있다(대법원 1981. 11. 24. 선고 81다카174 판결). 이 판결을 놓고 보더라도 홈플러스의 재직자 요건은 그 의미가 제한돼야 하고 그렇게 보는 한 상여금과 성과급은 고정성이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위법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강문대 labortoday

기사 원문 읽기 -> http://goo.gl/DAit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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