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9.28] 경품조작 이어 분식회계···홈플러스 안팎 ‘구설수’

[경향신문 9.28]

경품조작 이어 분식회계···홈플러스 안팎 ‘구설수’
경품추첨 비리, 고객정보 불법판매, ‘갑질 횡포’에 이어 모기업의 분식회계까지 겹치며 홈플러스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소유한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테스코는 올해들어 분식회계로 영업이익을 부풀렸다는 사실이 내부고발로 드러나면서 주가가 사상 최저치로 폭락하고 있다.

25일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테스코의 주가는 22일 하루 동안 무려 11.5%가 떨어지면서 시가총액이 20억파운드(3조4158억원)나 증발했다. 23일에는 4%, 25일에는 추가로 1.2%가 하락했다.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나 192.5파운드로 내려앉아 11년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테스코는 납품업자들에게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으로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2억5000만파운드(4260억원)나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 현재 금융행위규제기관(FCA) 등 당국으로부터 분식회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가디언은 테스코가 예전에도 납품업자가 제공하는 리베이트나 판매 장려금 등을 조작해 이익을 부풀렸다는 혐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취임 한 달도 안 된 데이브 루이스 최고경영자는 19일 분식회계 비리를 인지했다면서, 4명의 고위 임원에 정직 처분을 내리고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지만, 테스코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과대 추정된 금액을 뺀 테스코의 실제 상반기 영업이익은 기존 추정치보다 22%가 줄어든 8억5000만 파운드가 될 전망이다.

신용 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일 테스코를 ‘부정적 관찰대상’에 편입시켜 내부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기업인 테스코가 분식회계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면, 홈플러스는 경품 추첨 비리, 고객 정보의 불법 판매, ‘갑질 횡포’로 위기를 맞았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경품 행사 결과를 조작해 경품으로 나온 억대의 고급 승용차를 빼돌려 약 1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홈플러스 보험서비스팀 과장과 팀원 등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달 4일 홈플러스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홈플러스가 경품 행사를 진행하면서 모은 고객 정보를 보험사에 불법으로 판매한 혐의를 잡았다.

검찰은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범죄로 판단해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17일 홈플러스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도성환 사장과 이승한 전 회장의 출국금지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수익을 얻는 과정에서 도 사장과 이 전 회장이 의사결정에 참여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측은 “고객들이 경품행사 카드에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표시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홈플러스 실무진은 ‘올해 안에 고객들의 개인정보 판매로 40억원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내용의 사업보고서를 작성해 경영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고객 한 명당 100원의 인센티브를 내걸었고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응모자 수를 늘리라는 압력을 넣은 정황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고객들이 경품행사 카드에 동의 표시를 한 것은 ‘제휴 보험사의 마케팅에 활용해도 좋다는 의미’이지 보험사에 판매하라는 뜻은 아닌 만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비정규직 직원에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시급을 줘 노조 총파업과 시민단체 불매 운동의 빌미를 초래했다. 노조와 사측은 지난 4월부터 13차례 임금교섭을 벌였으나 지난달 22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최종 결렬됐다.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달 29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인 노조원들은 2015년 최저임금 5580원보다 낮은 시급 5450원을 받고 일한다”며 “시급 500원 인상 요구에 사측은 200원 인상안만 고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전국에 대형마트 130여개, 슈퍼 형태의 직영점 300여개를 운영하는 국내 2위 대형마트지만 이런 외형에도 불구하고 그간 여러 차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직원들의 인건비를 파견업체에 전가해 부담시키는가 하면, 노조원들에게 10분 단위 계약을 맺도록 강요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등 번번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소비자들은 바닥 수준의 윤리 의식을 드러낸 홈플러스에 등을 돌렸다. 홈플러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율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홈플러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4.1% 감소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감안해도 같은 기간 이마트는 0.6%, 롯데마트는 2.9% 매출 감소에 그친 점에 비춰보면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컸다.

영업이익률은 3개 계열사를 포함해 3.25%로 2011년 5.8%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주력인 홈플러스 영업이익률도 6.1%에서 3.4%로 반토막났다. 설상가상으로 테스코의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돌고 있다.

데이브 루이스 최고경영자는 분식회계 여파로 흔들리는 테스코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예고했다. 이미 테스코는 2011년 일본에서 철수한 데 이어, 지난해는 중국시장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모두 실적 부진이 이유다. 유통업계는 한국 시장에서 홈플러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 테스코가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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