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9.23] 대형마트 ‘명절 당일 영업금지’ 법 개정 추진

[경향신문 9.23]

대형마트 ‘명절 당일 영업금지’ 법 개정 추진

ㆍ올 추석 당일 대형마트 76.8%가 문 열어 7만여명 근무
ㆍ전순옥 의원 ‘의무휴일에 설·추석날 추가’ 개정안 발의

대형유통점 홈플러스의 가공·일용품 파트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는 ㄱ씨(58)는 매년 설이 되면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다. 이곳에 일하기 전 그는 매년 명절 연휴에 부산 친정에 내려가곤 했다. 하지만 10년 전 회사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명절날 친정에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 회사가 주는 휴일은 단 하루라 시댁에 다녀오면 끝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올해 85세다. 명절 때 내려오지 못하는 자식을 위해 노구를 이끌고 서울에 올 때마다 ㄱ씨의 가슴은 미어진다.

같은 유통점의 축산파트서 일하는 ㄴ씨(51)는 매년 명절이 두렵다. 회사는 추석 직전이 ‘대목’이라며 일을 독촉한다. 일은 늦게까지 이어져 추석날 새벽 1시가 돼야 끝난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추석 한 주 전 사놓은 식재료로 명절음식을 마련한다. 밤새 꼬박 음식을 만들면 아침 7시인데, 명절날 근무를 위해 다시 9시까지 출근했다. 이틀간 한숨도 자지 못하는 ‘추석 노동 강행군’은 올해 7년째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대형유통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 노동자들은 제대로 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마트·홈플러스 등 전국 431개 대형마트의 76.8%인 331곳이 추석 당일인 지난 8일 영업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SSM준대규모점포의 경우 총 808개 점포 중 694군데(85.9%)도 추석 당일 문을 열었다. 추석 노동을 한 노동자 수는 7만여명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대규모점포에 대해 한 달 중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한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들은 설이나 추석은 당일도 의무휴일로 지정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대형유통점과 SSM은 교대근무나 연차를 활용해 노동자로 하여금 연휴 3일 중 하루 정도 쉬게 할 뿐이다. 하루 휴일로는 고향에 내려가는 등 정상적인 명절을 보낼 수 없다.

전순옥 의원은 23일 “설과 추석이 있는 달에는 사흘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설날과 추석 당일은 반드시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추석과 설 등 국가명절을 의무휴업일로 정해 대형 유통업 종사자의 휴식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명절 당일을 의무휴일로 하면 다음날이 교대휴일인 경우 이틀 정도를 쉴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많은 노동자들이 명절날 고향에 내려가는 권리를 보장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호주·뉴질랜드는 한국과 달리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에 대형상점의 영업행위를 제한하는 법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은 2004년 ‘성탄절 영업법’을 제정해 매장면적 280㎡ 이상(약 85평)의 상점은 성탄절 영업을 금지했다. 연말 격무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명절을 즐길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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