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21] [사설] 개인정보 장사로 소비자 우롱하는 홈플러스

[한국일보 사설 9.21]

[사설] 개인정보 장사로 소비자 우롱하는 홈플러스

대형마트, 백화점 등 경품 행사에 응모하는 소비자들은 개인정보 이용란에 ‘동의’ 서명을 하면서 정보가 유출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런 걱정이 단순한 우려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홈플러스가 조직적으로 ‘정보 장사’를 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홈플러스 도성환 사장과 이승한 전 회장 등 최고경영진을 출국금지조치하고 곧 소환조사 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최근 5년간 경품 행사에 응모한 고객들의 개인정보 수십만 건을 시중 보험회사에 마케팅 용도로 불법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객의 휴대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 가족사항 등 개인정보를 건당 2,000~4,000원에 팔아 수십억원의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홈플러스는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는 데 고객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제휴 보험사의 마케팅 자료 활용에 동의한 것이지 개인정보를 돈 받고 빼돌리도록 용인한 것은 아니다. 고객들이 사전에 개인정보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줄 알았어도 경품 행사에 응모했을 지를 생각하면 홈플러스의 해명이 얼마나 아전인수격인가를 알 수 있다.

검찰이 압수한 서류에는 ‘올해 안에 고객들의 개인정보 판매로 40억 원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가 들어있다. 직원들에게는 인센티브를 내걸었고 심지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경품 응모자 수를 늘리라고 압박을 가했다. 결국 고객 사은행사라던 경품 행사는 돈벌이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셈이다. 홈플러스는 앞서 고가의 외제차를 1등 경품으로 내걸고는 당첨자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홈플러스 직원이 응모하지도 않은 친구에게 경품이 돌아오도록 한 뒤 물건을 현금화해 나눠 가진 혐의로 구속됐다.

홈플러스는 전국에 대형마트 130여 곳, 슈퍼 형태의 직영점 300여 곳을 갖고 있는 국내 매출규모 3위의 외국계 대형유통업체다. 그러나 이런 외형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사회적 물의를 빚어왔다. 직원들의 인건비를 파견업체에 부담시키는가 하면 노조원들에게 10분 단위 계약을 맺도록 강요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등 번번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홈플러스의 기업윤리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검찰은 이번 경품사기가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범죄로 드러난 만큼 경영진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고객정보 장사가 홈플러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가능성도 높다. 이번 기회에 다른 유통업체의 경품행사도 점검해 소비자의 불안과 의심을 해소해줘야 한다.
기사원문보기 => http://goo.gl/U8ym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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