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8.28] 대형마트 올 추석날도 영업…노동자에겐 연휴 ‘그림의 떡’

[한겨레 8.28]

대형마트 올 추석날도 영업…노동자에겐 연휴 ‘그림의 떡’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부분 열어
고객·매출 평일의 47%·55%인데도
“고객 서비스 유통업 의무” 명분
영국은 ‘성탄절 휴업’ 법에 규정
정미화(53)씨는 7년째 홈플러스 서울 영등포점의 수산물 매장에서 일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추석 차례를 가족과 함께 지낸 것은 딱 두번뿐이다. “엄마, 이번 명절에 또 안 쉬어요?” 며칠 전 늦둥이인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물음에 정씨는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홈플러스 서울 합정점 세탁세제 매장에서 일하는 권혜선(53)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명색이 맏며느리인데 추석 당일에 근무를 해야 한다. 몇년 전에는 오전 일만 끝내고 서둘러 내려갔더니 시동생이 장을 보고 시아버님이 전을 부치고 시어머니가 음식을 하고 계셨다. 마음이 불편하고 죄송했다”고 했다.
올해도 추석 당일(9월8일) 대다수 대형마트가 문을 연다. 28일 대형마트 3사의 추석 당일 영업 계획을 보면, 이마트는 전국 151개 점포 중 120개, 홈플러스는 139개 중 127개, 롯데마트는 109개 가운데 96개가 정상영업을 한다. 점포별로 사정이 다르지만 추석 당일에는 평일 근무자의 절반이나 3분의 1 정도가 출근한다고 한다. 홈플러스의 경우 전국 1만3000여 노동자 가운데 5000~6000명이 추석 당일, 차례상이 아닌 매대와 계산대 앞에 서 있어야 한다.
추석 당일 영업을 두고 대형마트들은 ‘정상 영업일’이라고 설명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달 둘째·넷째 일요일만 휴무일이다. 광복절에도 영업을 하는 것처럼 명절에도 상관없이 영업한다”고 했다. ‘고객 서비스’도 이유라고 했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추석 당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선물세트를 급하게 찾는 손님들이 있다. 급한 고객들이 물건을 살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유통업이 할 일”이라고 했다.

김옥천(34)씨도 해마다 추석 당일 대형마트를 찾는다. 추석 전날 남편과 시가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추석날 차례를 지내고 친정으로 가는데 늘 대형마트에 들러 과일 등 선물을 사 간다. 김씨는 “추석날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데 선택 폭이 넓은 대형마트가 문을 열어 편하게 이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 같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추석 당일 대형마트는 다른 날보다 한산하다. 매출도 평일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ㄱ대형마트의 추석 당일 매출은 평일 평균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55%)이었다. 추석날 대형마트를 찾은 손님도 평일 평균의 47% 정도였다. 다른 대형마트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쌓아놓은 선물세트를 ‘소진’하려고 연휴 기간에 문을 닫지 않는 것이다.
외국은 어떨까. 영국은 ‘크리스마스데이법’ 등이 있어 대형마트들이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쉬어야 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요즘에는 백화점도 명절 연휴에 이틀은 쉰다. 대형마트의 명절 당일 영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석 당일 정상영업한다’고 홍보하는데, 일과 삶의 균형을 깨뜨리는 ‘비정상 영업’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대형마트가 추석 당일만이라도 쉬어, 노동자들이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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