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 8.25] 이승한 전 회장 떠난 홈플러스 내우외환…

[매경이코노미 8.25]

이승한 전 회장 떠난 홈플러스 내우외환…실적 악화에 브랜드 이미지도 추락
유통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홈플러스의 이승한 전 회장이 15년 만에 모든 직위를 내려놨다. 지난해 5월 도성환 사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줬지만 사회공헌재단 홈플러스 e파란재단 이사장, 아카데미연수원 회장 겸 석좌교수, 테스코그룹의 경영자문역 등 5가지 직함은 유지해왔다.

그런데 지난 8월 8일 뜬금없이 이 전 회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모든 회사 업무에서 손을 떼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동안 쉼표 없이 살아오면서 미처 돌보지 못했던 건강을 회복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다”는 게 이 전 회장이 밝힌 사퇴의 변이다.

이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홈플러스 안팎에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전 회장은 홈플러스가 설립된 1999년 삼성테스코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아 출범 당시 점포 수 2개던 홈플러스를 점포 수 106개, 매출액 10조원에 육박하는 할인마트 업계 2위 기업으로 성장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홈플러스 = 이승한’이 공식처럼 굳어 있는 만큼 1년 전 도성환 현 사장에게 경영을 맡기고 뒤로 물러날 때만 해도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복귀 가능성 남겨 놓았지만

英 본사 회장 사임에 부담

최근 악재도 영향 미친 듯
업계에서 첫손으로 꼽는 이 전 회장의 사임 이유는 필립 클라크 영국 테스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의 퇴임이다. 이 전 회장을 신임했던 클라크 회장이 물러나게 되면서 이 전 회장으로서도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다. 영국 테스코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6% 감소한 5561만달러를 기록하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클라크 회장은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다. 영국 본사 인사뿐 아니라 부진한 한국 내 사업 실적 또한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1년 424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2년 3292억원, 지난해 2510억원으로 해마다 쪼그라들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또한 6.1%에서 3.4%까지 낮아졌다.

매출 부진과 이익 감소를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으로 대응해온 홈플러스는 그러나 모회사인 영국 테스코에 지난해 700억원대의 로열티를 지급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영국 테스코 본사에 ‘TESCO’의 상표, 로고와 라이선스에 대한 사용료로 총 616억1700만원을 지급했다. 계열사인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가 120억3800만원의 로열티를 지급한 것까지 합하면 홈플러스가 영국 본사에 지급한 로열티 비용은 총 736억5500만원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매출액의 0.03% 정도 로열티를 지급해왔지만, 지난해 8월 영국 테스코와 새로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로열티 비율을 매출액의 0.8%로 올렸다. 그 결과 로열티 지급액이 전년 대비 1700% 이상 급증했다.

홈플러스 측은 로열티 비율을 올린 데 대해 ‘다른 해외 계열사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내놓았지만, 홈플러스의 새로운 로열티 비율은 또 다른 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에 비해서도 유독 높은 편이다. 코스트코는 미국 본사인 코스트코 홀세일에 매출액의 0.3%를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회사가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일부 직원들의 기강마저 무너지는 상황도 나타났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수천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외제차 등의 경품을 내걸고 고객 대상 경품 행사를 진행했지만 당첨자에게 당첨 사실을 알리지 않고 경품을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에는 경품 행사에 응모하지도 않은 홈플러스 직원 친구가 외제 승용차에 당첨된 비리가 드러난 적이 있다.

비난 여론이 급속히 커지자 홈플러스는 “조사 결과 경품 행사 담당 보험서비스팀 직원 2명이 일부 경품을 횡령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관련 직원을 고소하는 등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사건 발발 며칠이 지나지 않아 돼지고기 10원 할인 논란을 부추기는 등 자숙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신뢰와 이미지 추락이 심화됐다.

‘갑질 논란’도 여전하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에서 3년 연속 최하등급인 ‘보통’을 받았다. 3년 연속 최하등급을 받았다는 점은 홈플러스의 상생 의지에 의문부호가 붙게 만들었다.

게다가 도성환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중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미국 출장에 나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경영과 상생, 노사, 고객 부문 모두 악재를 맞고 있는 모습이다. 빨간불이 켜진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극단의 조치가 필요했을 상황이다. 겉보기에는 대표이사인 도성환 사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내부적으로는 이 회장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결국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이승한 회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 아니겠나”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할인점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영업 규제가 늘면서 매출과 이익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롯데나 신세계 같은 경우에는 백화점이나 아웃렛, 쇼핑몰 등 다른 업태로 확장할 여지가 있지만 홈플러스는 그것 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안팎으로 힘든 상황에서 (이 회장이) 직위를 내려놓은 것 같다”는 분석을 귀띔했다.

이승한 전 회장이 모든 직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 유통업계 안팎에선 홈플러스의 앞날에 시선이 쏠린다.

일단 경기 불황과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한 마이너스 신장이라는 상황은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단 1개의 신규 점포도 열지 못했다. 그렇다고 뾰족한 신사업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경쟁업체들이 너도나도 사업을 확장하는 편의점 사업 역시 지지부진하다. 지난 2011년 홈플러스는 편의점 ‘365플러스’를 출범시켜 현재 130개의 점포를 보유 중이지만, 점포 확대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이다.

실적 부진 외에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추락한 홈플러스 브랜드의 이미지 개선도 해결해야 될 문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사 간 임금 협상에서도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추석 대목에 전국 지점에서 총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회사 측에 경고한 상태다.

홈플러스 임원 출신 한 인사는 “이승한 전 회장이 그동안 성공 신화를 써 왔다지만, 기업 문화가 몸집 성장을 따라잡지 못한 측면도 있다. 결국 현재의 여러 문제에는 이승한 전 회장의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역설적으로 현 대표인 도성환 사장이 자신만의 리더십으로 산적한 난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홈플러스의 앞날은 달라질 수 있다. 올 하반기의 경영 일정이 도 사장에게는 최대의 고비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도 사장은 지난 2008년 인수한 홈플러스테스코 대표를 맡아 연 2000억원의 적자를 내던 회사를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하지만 앞에서 보듯 취임 후 1년여가 지난 지금 도성환호의 실적 성적표는 그리 좋지 못하다. 클라크 회장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점은 도 사장에게도 부담이다. 테스코는 악화된 실적을 개선시키기 위해 지난 28년간 유니레버에 몸담았던 데이브 루이스를 오는 10월 신임 CEO로 임명할 예정이다. 실적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새 CEO가 해외 법인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홈플러스를 어떻게 다룰지가 관심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실적은 영국 증시(FTSE)에 상장된 테스코의 실적에도 반영돼 테스코 경영진의 관심이 크다.
실적이야 그렇다 쳐도 하필 경품 논란에 노사관계도 삐걱거려 본사에서 한국 현 경영진을 계속 신임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 회장 측은 사퇴에 대해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만학의 꿈을 안고 보스턴으로 떠날 때부터 이미 계획된 수순이었다고 주장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한국의 창조경영을 학문적으로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고, 회사 경영과 이를 병행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에 그만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사원문보기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129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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